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가격 급등세가 신도시 등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시장이 우려했던 보유세 강화 등과 같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이 나오지 않는데다 강남 재건축 사업 추진 등 개발 호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또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기억이 시장 참가자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는 것도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는데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참여정부가 공급 확대보다 수요 억제 정책을 주로 펴면서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을 때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다만 이번 아파트 가격 급등의 진앙지인 강남권의 경우 조만간 가계부채 억제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서울의 다른 지역이나 수도권 주택 시장도 정부 대책 내용에 따라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4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45% 상승했다. 이는 2주 전(0.30%) 조사 때보다 0.15%포인트 높은 수치다. 2006년 11월 24일(0.45%) 이후 주간 상승률로 10년 반 만에 최고치다. 강동구 둔촌 주공, 강남구 개포 주공 등 사업 추진이 빨라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재건축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지난주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은 1.05% 올라 역시 2006년 11월 10일(1.99%) 이후 10년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발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수도권 신도시와 일부 경기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주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0.13% 상승해 그 전주(0.04%)보다 오름폭이 0.09%포인트나 확대됐다. 분당이 0.24%로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이어 평촌(0.08%)·판교(0.08%)·일산(0.07%)·파주 운정(0.05%) 등이 많이 올랐다.
분당 서현동 삼성한신 전용면적 84㎡의 로열층이 최근 7억2,000만원에 팔린 이후 호가가 7억∼7억5,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이 지역에서는 집주인들이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매물을 거두어들이는 실정이다.
일산신도시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개발 호재 등으로 대선 이후 가격이 상승세다. 일산 강선마을 3단지 한신아파트 전용 84㎡는 한 달 전 3억5,000만원이었으나 현재 2,000만∼3,000만원 오른 3억6,000만∼3억8,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과천시도 자체 재건축 재료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초강세다. 과천 주공6단지 전용 47.3㎡는 거래가 6천9,500만원까지 이뤄진 뒤 현재 7억3,000만∼7억6,000만원으로 호가가 상승했다.
반면 강남권 아파트의 상승세는 다소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부 규제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단지와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지난주부터 매수세가 감소하고 이에 따른 호가 상승도 멈췄다. 이 지역은 최근 한달 사이 가격이 최고 1억원 이상 급등했다.
강남·서초권역의 재건축 단지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가뜩이나 단기 급등해 매수자들이 부담스러운 가운데 정부가 대출 규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