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영국 케임브리지에 사는 한 남성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TV 셋톱박스와 팝콘 한 봉지를 주문했다. 주문한 지 13분 만에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드론이 물건을 집 잔디 마당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프라임 에어’가 실시한 드론 택배 서비스였다. 아이디어가 나온 지는 오래됐지만 규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상업용 드론 배송의 첫 사례였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사상 첫 프라임 에어 고객에 대한 배송이 장부에 기록됐다”고 감격했다.
항공 규제가 까다로운 미국을 피해 영국에서 첫 드론 택배를 실시한 아마존은 3개월이 지나 미국에서도 드론 배송을 시연했다. 이번에는 아마존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2개의 자외선 차단 제품을 땅에 착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마존은 “30분 이내 배송이 실현됐다”면서도 여전한 드론의 항공 규제를 의식한 탓인지 미국 연방항공당국(FAA)의 도움을 강조했다.
드론 배송은 아마존이 가장 적극적이지만 그렇다고 아마존의 전유물은 아니다. 전자상거래의 확산으로 미국 최대 유통업체 자리를 아마존에 내준 월마트나 타깃 등 기존 업체들은 드론을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회심의 반격 카드로 삼고 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드론 배송 시대를 맞아 기존 매장이 ‘드론 기지’ 및 ‘물류센터’로 활용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객이 드론 비행이 가능한 10마일 내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오프라인 매장이 많은 전통 유통업체가 최종 승자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월마트가 기발한 상품 배송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직원이 퇴근할 때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퇴근 배송제’를 아칸소와 뉴저지 등 3곳에서 실시했다고 한다. 미국 내 거미줄처럼 퍼진 4만7,000개 매장과 인근에 사는 100만명의 직원에 주목한 전자상거래 총괄 CEO의 획기적 아이디어를 구현한 것이다. 드론 배송이나 퇴근 배송의 결말은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21세기 유통기업의 승패가 ‘배송 전쟁’에 달려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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