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호 전역자인데, 저를 그냥 방치해뒀어요... 알아서 병원 다녀라”
대전의 한 자동차 대리점에서 만난 전준영 씨는 7년 전 천안함에 탑승해 있었다. 46명의 동료들이 숨졌지만, 전 씨는 큰 부상없이 군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전 씨와 같은 천안함 생존장병은 모두 58명. 이들은 대부분 사고 당시의 트라우마로 지금까지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외상이 있는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가유공자가 되지 못했다. 후속 치료비 부담도 자기 몫이다. 전 씨는 국가가 천안함 피격사건을 이용하려 했을 뿐, 생존자들에게는 관심 자체가 없었다고 말한다.
‘3대가 망했다’는 독립운동 유족들, 전쟁 참여를 후회한 탈북 국군 포로들
국가가 위기에 처한 순간, 국민들은 몸을 바쳐 국가를 지켜냈다. 하지만 헌신의 결과는 초라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자조는 끊임없이 현실 속에서 증명됐다. 6.25 전쟁에 나섰던 전쟁유공자들은 사회의 냉대 속에 상처받으며 살아가야 했다. 국가의 보훈 정책은 흔들리지 않는 원칙 속에 정해지고 집행돼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훈정책은 정치, 사회적 상황에 따라 흔들리기 일쑤였다. 마땅히 존경받아야 할 보훈 대상자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애국, 보훈 등의 숭고한 가치는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훼손됐다.
“Thank you for your service(국가를 위해 봉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의 군인들이 길거리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시민들은 군인 등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 지속적으로 감사인사를 표한다. 군인들은 그들의 예우에 다시 한번 국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얻게 된다. 또다른 국민들도 그 과정을 보며 애국의 가치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 이들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일까. 국가가 다시 위기에 처한다면,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독립유공자부터 6.25 참전유공자, 천안함 생존자 등 국가를 위해 희생했던 이들의 현재 삶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이 목숨 바쳐 지켰던 국가와 국민은 그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그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을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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