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고리1호기 영구 폐로에 즈음해 부산을 원전해체 산업의 거점으로 지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또 탈원전으로 가는 책임 있는 대안으로 ‘클린에너지 부산’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서병수(사진) 부산시장은 5일 오후 3시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달 18일 자정이면 국내 첫 상업 원전인 고리1호기의 불이 꺼진다”며 “고리 1호기 폐로 이후 원전해체 산업이 새로운 시장으로 열리는 만큼 부산을 원전해체 산업의 거점으로 지정해 달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환영하며 이는 탈핵으로 가는 역사의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서 시장은 이 자리에서 “십 년간 진행해야 할 원전 해체의 과정을 예상해 볼 때 이제부터는 국가에서 원전해체 산업에 대한 구체적 전략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고리1호기 해체가 갖는 상징성과 부산 시민의 정서를 고려해서 향후 원전해체산업의 거점을 부산으로 지정해 새로운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달라”고 건의했다. 서 시장은 이어 “‘사용 후 핵연료’ 문제가 장래에 또다시 우리 지역에 고통을 안겨 주지 않도록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 방안을 정부가 제시하고 시민과 직접 소통해 나가야 할 것”이라 촉구했다. 전 세계 원전해체 시장은 오는 2050년까지 1,0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으로 꼽히고 있어 각 지자체가 국내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주도권 경쟁하고 벌이고 있다.
서 시장은 “원전 소재 지자체로써 갖는 특수한 부담과 지역발전 저해를 고려해 지방세인 ‘핵 연료세’ 신설을 제안한다”고도 밝혔다. 원전 소재 자치단체로서 감내해야 하는 특수한 부담과 경제적 손실을 감안해 원전 소재 지자체의 자주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방세인 ‘핵 연료세’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일본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정책 대안으로 충분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부산시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서 시장은 탈원전에 대한 책임 있는 정책 대안으로 올해 초 ‘클린에너지 부산’을 선언한 이후 시 에너지정책의 전환 추진상황과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서 시장은 “클린에너지 중심의 국가에너지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확신했고 미래에는 분명 신재생에너지만으로도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다”며 “현재 1.3% 수준에 불과한 부산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30년까지 30%까지 확대하고 도시 전반의 에너지 체계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시는 우선 클린에너지 정책의 전문성과 효율적 정책 추진을 위해 지난 3월 클린에너지 정책관(3급) 직제를 신설하고 오는 7월 1일 최종 임용을 앞두고 있다. 이런 시의 정책을 뒷받침 할 민·관협의체 기구로써 ‘에너지정책위원회’도 신설해 오는 7월 중 정식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서 시장은 “클린에너지 도시를 향한 보다 구체적 사업으로 조력·파력 등 해양에너지 R&D 기반 및 실증 시설을 구축하고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 사업을 확산할 것”이라며 “에너지 보급뿐만 아니라 도시 전반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서 스마트 그리드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같은 필수적 기반 장치를 보급·확산해 나갈 것”이라 설명했다. 서 시장은 또 “영도 등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혁신도시 에너지 스마트시티를 조성해 도심형 에너지 자립 환경을 만드는 등 ‘부산형 에너지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도시재생 사업 분야에도 클린에너지 정책을 접목해 60만 단독주택지 통합관리 사업에 태양광발전과 LED 교체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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