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연극의 3요소로 희곡과 배우·관객을 꼽는다. 이는 다른 무대예술 장르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에 따라 공연의 질이 달라진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이나 내한 공연팀이 국내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 심지어 ‘떼창’에 감동 받고 더욱 열정적인 무대를 만들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공연에 대한 몰입도가 높을수록 무대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지기 마련. 무대와 관객은 물론 관객과 관객 사이에서도 교감이 형성되면서 그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감동과 열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반대로 잠깐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관크(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는 공연 전체의 분위기를 망쳐놓을 수 있다. 연주자나 배우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을뿐더러 근처에 앉은 관객들도 공연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공연족 사이에서 회자되는 관크의 종류는 다양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공연장 내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다. 지난달 1일 연극 ‘보도지침’이 한창 공연되던 대학로 소극장에서도 휴대폰 전화가 세 차례나 울렸다. 다행히 무대 위 배우들이 대사를 이어갔지만 관객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한 클래식 콘서트홀 매니저는 “최근 공연 중 휴대폰이 울렸는데 객석에서 전화를 받더니 유유히 퇴장하는 관객이 있었다”며 “통화가 끝나고 다시 공연장에 들어가려다가 이를 제지하자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는 통에 진땀을 뺐다”고 털어놓았다. 공연 중간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경우, 스마트폰 메신저나 문자메시지·시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자기기 전원을 켰다가 불빛이 새어나오는 경우까지 전자기기에 따른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립극장은 공연 시작 전 안내방송 이외에도 안내원들이 일일이 팻말을 들고 다니며 휴대폰 전원을 꺼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연 중 벨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연 중 대화 역시 다른 관객들을 방해할 수 있다. 특히 자녀와 함께 공연을 보는 관객이 공연 내용을 설명해주기 위해 대화하면서 다른 관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케이스도 빈번하다. 울림이 좋은 공연장의 특성상 작은 소리로 하는 대화조차 다른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는데다 자녀에게 공연장에서 대화해도 된다는 잘못된 상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자칫하다가는 조기 문화 교육이 조기 민폐 교육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리 때문에 종종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늦게 온 관객이 제자리를 선점한 ‘메뚜기 관객’에게 자리를 비키라고 요구하면 쫓겨난 메뚜기 관객은 또다시 빈 의자를 찾느라 허둥대는 통에 다른 관람객들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다. 경사가 작은 공연장 객석은 앞사람이 조금만 부주의해도 뒷사람의 시야를 가릴 수 있다. 올림머리나 높이가 높은 모자는 물론 좌석에서 등을 떼는 행위 역시 관크에 해당한다.
민망한 관크도 있다. 한 하우스매니저는 “여름에는 땀 냄새, 겨울에는 부츠 등을 벗은 발에서 나는 냄새가 단골 민원 사항”이라며 “이런 경우 불만 사항을 전달하는 것조차 민망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진한 향수 냄새나 관람 직전 식사를 마친 관객들에게서 나는 음식 냄새나 담배 냄새, 특히 연말연시에는 술 냄새 관련 민원도 빈번하게 들어온다.
공연 관계자들은 관객들 스스로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내경 예술의전당 하우스매니저는 “관람 경험이 쌓일수록 관객들은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고 남이 싫어하는 행동은 나도 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며 “초보 관객들은 공연장 홈페이지나 티켓 뒷면에 적힌 관람 예절을 꼭 읽어보고 마니아 관객들 역시 관크를 바로 지적하기보다는 처음이라 실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는 태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지현 국립극장 하우스매니저도 “무대에서 생생한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의 특성상 배우의 컨디션이나 공연장 환경 등이 공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며 “관객 분위기·호응 정도 역시 공연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객들 역시 단순히 관람객이 아니라 공연을 완성해가는 주체로서 책임감을 갖는다면 훨씬 좋은 관람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치원생 혹은 초등학생부터 관람 예절을 조기 교육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밥상머리 예절 교육처럼 공연 관람 예절 교육도 필수라는 얘기다. 이선옥 LG아트센터 하우스매니저는 “관극 예절 역시 공공장소에서의 예절 중 하나로 습관처럼 몸에 밸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소득 수준이 올라가 문화생활을 향유한다 해도 관람 매너를 몰라 실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 교육 과정으로 이를 개선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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