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베르디 콘서트가 열린 지난 4월7일 롯데콘서트홀. 세계적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봉을 잡은 이날 공연은 전국 각지에서 그의 팬들이 몰려들어 객석을 가득 메웠다. 공연 시작 후 약 10분, 프로그램 첫 곡인 오페라 ‘나부코’ 서곡이 연주되고 있는데 객석 2층에서 난데없이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오케스트라가 내는 악기 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하던 무티가 깜짝 놀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롯데콘서트홀은 공연 시작 전 방송에서 두 차례에 걸쳐 휴대폰 전원을 반드시 꺼달라고 공지했지만 관객 한 명은 이를 듣지 않은 것. 결국 한 사람의 부주의로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물론 2,000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공연 시작부터 보상받을 수 없는 피해를 당했다. 이게 바로 공연을 망치는 ‘관크’다.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의 줄임말 관크, 즉 관람을 방해하는 무례한 행위는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심지어 “우리 개 공연장에 들어가게 해줘”라는 생떼까지 나타나는 판국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인터파크 플레이디비와 함께 4월18일~5월7일 공연 관람객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 389명 중 관크를 경험해봤다는 응답이 96.1%(374명)에 달했다.
가장 혐오하는 관크로는 ‘공연 중 휴대폰이 울리거나 전화를 받는 행위’가 30.6%로 가장 많이 꼽혔다. 그다음으로는 ‘공연 중 대화를 나누는 행위(16%)’ ‘등받이에서 등을 떼 뒷사람의 시야를 방해하는 행위(9%)’ ‘전자기기에서 새어나오는 불빛(8.8%)’ ‘의자를 발로 차는 행위(8.6%)’ 순으로 지목됐다. 특히 휴대폰 비매너에 대해 누리꾼 bebe**는 “한국인의 전반적인 관람 매너는 보통이라고 생각하지만 휴대폰은 정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크 방지책으로 응답자의 35.7%는 공연장 스태프들이 적극적으로 관크를 적발, 제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32.4%는 상시 캠페인을 통해 관람객들이 관람예절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누리꾼 hermyn**은 “영화관처럼 막이 오르기 전 관람 에티켓을 알려주는 홍보영상을 틀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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