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전제로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을 5년 동안 약 1만5,000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얼핏 보기에는 혁신적인 고교학사과정의 변화와 함께 교원 충원이 이뤄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교원 확충만으로는 고교학점제가 자리 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방 고등학교 역차별에 대한 우려가 교육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충청권의 한 교사는 “전교생 200명에 국·영·수 선생님이 2명뿐인데 학생들이 희망하는 수업을 개설하려면 교원이 최소 3~4배 이상 필요해 현실 가능성이 없다”며 “학교 간 연합도 고려 중이라지만 지방은 학교 간 거리가 멀고 옮겨 다닐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여건이 좋은 대도시 학교 위주로 먼저 시작하거나 학생들의 지방 이탈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과목의 반영비중이 높은 입시제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무작정 교원만 늘렸다가는 과거에 실패했던 고교선택제나 집중이수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조 관계자는 “입시 문제를 개혁하지 않은 채 고교학점제를 실시하면 일선 학교 운영자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학생들이 입시에 유리한 과목에 몰리면서 비인기 과목 교원들은 유휴인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면밀한 교원 수요예측 없이 숫자에 매몰될 경우 과거 사례에서 나타난 후유증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도입한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가 대표적이다. 당시 실용영어회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교육현장은 아직까지도 파행을 겪고 있다. 실제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영어회화 강사는 2012년 6,100여명에서 4년 만인 2016년에 3,700여명으로 거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고교학점제 등이 도입되면 현실적으로 계약직 교사를 대거 늘릴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 과거처럼 기존 정책을 축소하면 계약직 교사들이 대규모 해고 사태를 맞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약직 교사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학교현장에서 교원들 간 갈등의 불씨는 벌써 감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공약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기간제교사연합회는 오는 29~30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간제 교사 총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박혜성 기간제교사연합회 대표는 “기간제 교사는 호봉 승급, 성과급, 복지혜택, 연수 자격에 있어 차별을 받고 있다”며 “(정규직 교사와) 똑같이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근무조건에 차등을 두는 것은 학생들에게도 잠재적으로 차별을 가르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기존 교원들의 시선은 차갑다. 정규직 교사들로 구성된 한국교육자총연합회와 전교조는 기간제 교사의 처우 개선에는 동의하지만 정규직 전환에는 회의적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경력을 오래 쌓은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찬성한다”면서도 “정교사 휴직 등 일정 기간만 근무하는 교사도 있어 일괄적인 정규직 전환은 어렵다”고 밝혔다. 교총 관계자 역시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은 임용이라는 국가 관리 체계를 흔들고 기존 임용고시 준비생들에게 역차별이라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박진용·신다은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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