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형이 ‘무한도전’에 합류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이만하면 제작진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고 평가를 내려도 될까. 처음에는 게스트로 출연했던 양세형이 어느덧 고정 출연자로서 몫을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양세형은 2016년 4월 ‘퍼펙트 센스’에 지코와 출연했다. 그 후 ‘퍼펙트 센스’ 전부터 준비해왔던 ‘토토가’, ‘웨딩싱어즈’를 제외하고서는 꾸준히 얼굴을 비췄다. ‘릴레이툰’에는 명백히 게스트가 아닌 고정 출연진 입장에 섰다.
‘릴레이툰’은 ‘무한도전’ 멤버와 웹툰 작가가 컬래버레이션을 펼친 특집. 양세형은 멤버의 입장에 서서 게스트 이말년과 팀을 이뤘다. 이후 ‘2016 무한상사’, ‘두근두근 다방구’, ‘극한알바’, ‘댄싱킹’, ‘신들의 전쟁’ 등에 출연하며 나름의 입지를 다졌다. 같은 해 12월 양세형 측은 ‘무한도전’ 멤버로서 MBC 연예대상에 참석한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짧게 등장했던 ‘힙합의 신’을 제외하고, 본격적으로 한 회를 모두 채웠던 ‘퍼펙트 센스’부터 양세형의 활약은 어땠을까. 당시 양세형은 고정 멤버 광희가 마땅한 캐릭터를 잡지 못하고 헤맬 때 ‘관종’, ‘허세’라는 콘셉트로 존재감을 보였다. 부담감이 상당했을 텐데도, 다음 회 ‘무한상사’에서 이 캐릭터를 이어가며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기존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관계성도 슬슬 드러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정준하 저격수로 떠오르는 한편, 하하와는 단신이라는 점에서, 광희와는 어리다는 점에서 짝을 이루기도 했다. 첫 추격전 ‘두근두근 다방구’를 지나 두 번째 추격전 ‘신들의 전쟁’에서는 눈부신 활약을 했다. 룰을 정확히 이해하는 영리함과, 게임 도중 발휘된 순발력과 판단력이 빛났다.
이후 ‘무한도전’은 7주간의 휴식을 맞이했다. 아이템을 새로 발굴하는 등 재정비 기간을 가진 것. 2017년 3월 ‘대결! 하나마나’로 공식적인 복귀가 이뤄졌다. 이날 방송 인트로에 양세형의 얼굴이 추가됐다. 제작진이 양세형을 멤버로 받아들였다고 여겨지는 부분. 김태호 PD가 노홍철 및 정형돈의 복귀를 언급하며 “당분간은 5인체제로 간다”고 말한 데서도 양세형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제작진은 양세형에게 어떤 역할을 요구하는 것일까. 가장 최근에 하차한 사람은 광희이지만, 단호하게 말하자면 광희보다는 노홍철과 정형돈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양세형의 까불까불하고 잔머리를 굴리는 이미지에서 노홍철을, 개그맨 출신으로 콩트에 강하다는 점에서 정형돈을 의도했으리라 본다. 그리고 양세형은 제작진이 기대한 몫을 어느 정도 해내고 있다.
노홍철과 정형돈이 부재한 ‘무한도전’에 없어진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노홍철의 현란한 화술과 꼼수다. 하하가 “사기꾼 캐릭터가 없어지니 나라도 해야 했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노홍철의 캐릭터는 독보적이었다. 박명수가 룰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입장이라면, 노홍철은 룰의 허점을 이용해 승리를 쟁취하는 캐릭터. 박명수와는 다른 의미로 판을 흔들어 놓을 멤버가 필요했다.
양세형의 잔머리가 여기서 발휘된다. 최근 방송된 ‘히든카드’에서 박명수의 캐릭터는 확실했다. 다른 멤버들이 카드 잔여 한도를 고민하는 새에 본인은 “내 돈 아냐”라는 마인드로 백만 원 넘는 품목들을 결제했다. 다음 차례인 양세형이 이를 이어받아 예능적 재미를 살렸다. 예상한 한도에서 고작 몇 십 원만 남겨두고 모조리 써 버린 것. 이후 유재석이 몇 십 원을 결제하며 생명을 연장하고, 하하와 정준하가 폭탄을 떠안는 과정들이었다.
아직 함께한 시간이 오래되지 않은 데다 막내이기 때문에 멤버들을 정면으로 속이는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금 더 적응한다면 노홍철과는 다른 매력의 사기꾼 캐릭터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양세형이 고정 출연 중인 JTBC ‘크라임씬3’만 봐도 그렇다. ‘크라임씬3’는 특정 인물을 연기하면서 서로를 속여야하는 포맷. 두 프로그램에 모두 임하는 그에게서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여기에 MC로서의 역할도 추가된다. 아직 ‘무한도전’에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양세형의 또 다른 강점은 진행도 가능하다는 것. 노홍철이 종종 유재석의 보조진행자를 맡았다는 것을 떠올려 보자. 양세형은 웹예능 ‘양세형의 숏터뷰’를 통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도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인터뷰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혼자서 한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공채 개그맨 출신이라는 점에서는 정형돈과 맥락을 같이 한다. 두 사람 모두 스탠딩 코미디를 했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순발력과 센스 있는 말재간에 강하다. 팀플레이를 하다보면 시선과 화제를 온전히 자신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만 채우는 리액션도 필요한데, 그 부분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김수현과의 통화에서 볼링 애버리지를 물을 때, 양세형이 “우리는 버러지”라고 말장난을 치는 것 등이다.
7주 휴식기를 제외할 때, 양세형은 대략 1년 정도를 ‘무한도전’과 동고동락했다. 시청자로서는 좋든 싫든 우선 제작진이 선택했으니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왕이면 괜찮은 출연자였으면 하는 것이 인지상정. 지금까지 양세형의 성적은 어떤가. 노홍철-정형돈을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했을 지라도, 두 사람의 핵심 역량을 어느 정도는 따라가고 있다. 양세형의 애버리지는 결코 나쁘지 않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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