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가 이웃 걸프국들의 단교 선언에도 굴복하지 않고 독자적인 현행 외교정책을 고수하겠다고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정부 등은 카타르 봉쇄 조치를 강화하는 등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UAE 정부는 8일 자국 내 카타르항공 지사와 사무실을 폐쇄하라고 명령한데 이어 카타르 정부 소유의 알자지라 방송 등 카타르 매체 웹사이트 접속도 차단했다. 전날인 지난 7일에는 카타르에 동정적 내용을 소셜네트워크에 게재하면 3~15년의 징역과 50만 디르함(약 1억 6,0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카타르와의 우편 왕래를 전격 중단하고 배달되지 않은 우편물과 소포를 송신자에게 반송하는 조처를 했다. 바레인 정부도 자국 내 언론사에 카타르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해명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보내고 “이를 어기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웃 걸프국들의 이 같은 압박에도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8일 수도 도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굴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정책의 독립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단교한 정부의 요구사항을 받지 못했지만, 군사적 수단이 아닌 평화로운 해법으로 문제가 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셰이크 모하마드 장관은 “이란이 카타르의 식량난에 대비해 식품을 기꺼이 지원하기 위해 카타르로 향하는 3개 항구를 지정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아직 이 제안을 받아들이진 않았다”고 밝혔다. 카타르는 자국에서 소비되는 식료품의 약 40%가 사우디와 UAE를 통해 수입되는 탓에 단교 사태 이후 슈퍼마켓에서 식품 사재기가 일어나는 등 식량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웃 걸프국들은 카타르와의 국교를 복원하기 위해서 카타르에 최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조건은 이란과의 단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일 단교 사태를 중재하기 위해 긴급히 제다를 찾은 쿠웨이트의 군주 셰이크 사바를 통해 이란과 관계 종식을 포함한 10가지 요구사항을 카타르에 간접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 셰이크 칼리드 빈아흐마드 알칼리파 바레인 외무장관도 8일 사우디 일간지 아샤크 알아우사트와의 인터뷰에서 “카타르는 우리의 ‘영순위 적성국’인 이란과 거리를 두고 테러조직 지원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UAE의 유력 일간 걸프뉴스는 ‘카타르 군주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라는 사설을 통해 카타르가 “이번 재앙에서 벗어나려면 모험하지 말고 걸프 아랍국가로서 정체성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윤상언 인턴기자 sangun.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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