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차량공유기업 우버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성추행을 묵과하는 등 파괴적인 사내 문화와 물불을 안 가려온 사업 관행이 잇따라 폭로된 데 이어 최근 트래비스 칼라닉 CEO의 비행까지 폭로돼 급기야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지난 8일 2014년 인도에서 발생한 승객 강간사건과 관련해 피해 여성의 의료정보를 입수한 우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업 총괄 임원인 에릭 알렉산더가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에릭이 인도를 방문해 의료정보를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온 뒤 우버 최고위 간부들을 중심으로 ‘이번 사건 배후에 인도의 차량공유업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에릭이 가져온 의료정보는 칼라닉 CEO가 직접 검토했다고 리코드는 전했다.
이어 칼라닉 CEO가 2013년 사내 직원 간 성관계를 부추기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도 폭로됐다. 우버는 당시 마이애미 휴양지에서 파티를 열었고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사내 섹스를 원하는 직원들에게 조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이메일은 우버 내부에서 ‘마이애미 서신’으로 불린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앞서 전 엔지니어였던 수전 파울러가 지난 2월 사내 성희롱을 폭로하면서 불거진 우버 내부 성희롱 문화는 칼라닉 CEO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고 NYT는 분석했다.
우버는 또한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자율주행 기술을 훔쳤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경찰 단속을 피하는 불법 프로그램인 ‘그레이 볼’과 경쟁업체인 리프트 소속 운전자를 감시하는 ‘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무슨 짓도 서슴지 않았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우버는 성추행 등과 관련, 자체 조사를 통해 20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이 이끄는 독립 조사팀이 우버 내부의 조직 문화에 대한 전반적 조사 결과를 내주 초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정도 조치로 우버의 사내 문화가 탈바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CEO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트머스대 비즈니스 스쿨의 폴 아겐티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모든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공유경제)와 나쁜 리더십의 환상적 결합에서 비롯됐다”며 “칼라닉이 정말 회사를 살리고 싶다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우버 내부에서는 칼라닉CEO와 함께 그의 오른팔로 불리는 에밀 마이클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CNN은 “마이클은 2014년 한국 여행 때 룸살롱을 방문했고, 비판적인 언론인들의 뒤를 캐야 한다는 등의 제안을 한 인물”이라며 “그러나 칼라닉의 그에 대한 신임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자 우버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어 칼라닉 CEO의 사퇴 여부를 논의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12일 보도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칼라닉 CEO가 임시로 사퇴하거나, CEO 자리에서 내려와 다른 역할을 맡는 방안을 검토했다. 에밀 마이클도 12일께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칼라닉 CEO의 최측근 인사 2명의 거취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우버는 이날 이사회 논의에 대해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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