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맨투맨’은 초특급 한류스타의 경호원이 되는 다재다능하고 미스터리한 고스트 요원과 그를 둘러싼 숨은 맨(Man)들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박해진은 극 중 국정원 고스트 요원 ‘케이’ 역을 맡았다. 시청자들에게 케이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서 그가 임무 수행하는 장면을 여러 갈래로 보여줘야 했다. 그 점에서 사전제작의 장점이 드러났다.
“우선 캐릭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대본을 미리 받고 일정을 나눠서 세트 스케줄과 야외 스케줄을 각각 몰아서 가면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맨투맨’에서는 대본은 미리 나왔지만 세트에 문제가 생겨서 딜레이 된 부분이 있었거든요. 개선돼야 할 점을 체크해뒀어요. 다음 사전제작 작품에 반영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맨투맨’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제작자와 출연자 입장을 고려한 의견이었다. 시스템적으로 분명히 의미가 있는 제작 방식이라고. 박해진은 다만 계절감을 고려하기는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겨울에 촬영하다 보니 그 부분에서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었다. 너무 여름이나 겨울은 피하고 가을이나 봄을 노려야겠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촬영은 겨울이었지만 방송 시기를 고려해야 되잖아요. 퍼가 달린 옷이나 패딩을 입을 수 없었어요. 촬영 당시 살을 많이 뺀 게 의외로 도움이 됐죠. 날카로운 인상을 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4kg 정도 감량했거든요. 그 전에 미리 수트를 제작했는데 막상 촬영 때 입으니 조금 헐렁한 거예요. 다행히도 그 공간을 히트텍으로 채울 수 있었어요. 다섯 장이나 껴입었죠.”
야외촬영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씨였다. 여기에 세트촬영 환경도 녹록치 않았다. 가평에 있는 건물의 지하주차장에 세트를 지었는데, 실내에 있는 따뜻한 세트가 아니라 외부와 연결된 곳이었다고. 방송에는 아지트로 나오는 만큼 얇게 입어야 해서 더 추웠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헝가리 로케이션 촬영할 때는 정말 좋았어요. 강을 기점으로 부다와 페스트가 나뉘었다는 것을 촬영하면서 알았죠. 생각보다 작더라고요. 촬영하면서 명소들을 다 둘러볼 수 있었어요. 하루 휴가를 받았는데 예전 ‘아이리스’ 촬영지가 있다고 해서 다녀왔어요. 맛집도 갔고요. 이번 기회에 헝가리는 충분히 다 보고 온 것 같네요.”
사전제작이기 때문에 해외 촬영도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해외 촬영 환경은 분명히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 촬영 시간이 12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12시간 촬영하면 12시간은 무조건 쉬어야 하고, 며칠에 한 번씩 꼭 쉬어야 한다. 그런 규칙에 맞추다보니 처음에는 일정이 빠듯했지만 며칠 지나다보니 그 안에서도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었다고.
박해진은 끝으로 사전제작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구체적인 촬영 시간을 언급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출연자의 입장에 섰음에도, 제작진들까지 고려한 의견이었다. 12시간 까지는 아니어도 8시간 정도의 휴식을 보장해주는 등 기존의 사전제작 방식을 수정하면서 활용한다면 촬영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사전제작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생각이 있어요. 제가 겪어 보지 않았으면서 무조건 바뀌어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잖아요. 제가 겪은 바를 토대로, 문제가 있던 것 을 개선하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차기작 ‘사자’를 하면서 무엇인가를 또 느끼겠죠. 작품 제작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싶어요.”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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