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돌아왔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집계 결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LRM)’가 하원 의석을 최대 77%까지 쓸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출구조사 발표 직후 “선거 결과로 과거 몇 달 동안 대통령이 프랑스와 국제무대에서 보여온 자신감과 의지 등 승리 전략이 입증됐다”면서 ‘위대한 프랑스’ 부활의 기치를 올렸다. “새 대통령에게 일할 기회를 주자”는 LRM의 선거 캠페인이 프랑스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냄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개혁, 연금·실업수당 개혁 등 일련의 경제개혁을 골자로 한 ‘마크로노믹스’를 차질없이 이행할 호기를 맞게 됐다.
이날 공식 선거결과 집계에 따르면 LRM과 민주운동당 연합은 1차 투표에서 32.3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아직 18일 결선투표를 남겨놓았지만 LRM-민주운동당 연합은 이번 총선에서 적어도 430석, 많게는 45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총선은 대선과 마찬가지로 1차 투표에서 선거구별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5% 이상을 얻은 후보들이 결선을 치른다. 현지 언론들은 LRM의 의석 비중이 지난 1968년 샤를 드골의 공화국민주연합(UDR)이 차지한 72.6%를 뛰어넘으며 1958년 출범한 프랑스 제5공화국의 역대 총선 중 최대 승리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우파 공화당(민주독립연합 포함)은 21.56%의 득표율로 85~125석을 얻는 데 그쳐 지금보다 100석 이상 의석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9.51%의 득표율을 보인 사회당의 경우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 당 대표와 대선후보였던 브누아 아몽까지 줄줄이 의석을 잃는 등 의석 수가 총 200석 이상 줄어든 20~25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과정에서 돌풍의 한 축이었던 극우정당 국민전선(FN) 역시 3~1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외신들은 이 같은 일방적인 선거 결과와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내외 정책들에 대한 강력한 국민적 동의를 보여준 결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압도적 지지율은 마크롱 대통령이 국내 개혁과제를 해결할 강력한 국정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뜻”이라며 “결선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프랑스는 노동 및 복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수술하며 정치사를 새로 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오르는 것은 노동개혁이다. 마크롱 정부가 마련한 노동법 개정안에는 개별기업이 산별노조를 거치지 않고 노동자들과 노동시간이나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상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업 자율권을 높이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기업 부담을 덜기 위해 퇴직금상한제와 연금 프로그램 개편, 법인세 인하와 부유세 조정 등 세제개혁도 준비하고 있다. 마크롱 정부는 이러한 개혁과제를 통해 다양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한편 주요 금융사를 파리로 불러모아 파리를 ‘글로벌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외신들은 “마크롱 대통령은 개혁과 성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형평인사로 유권자들에게 ‘새 정치’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의회 견제 기능 약화와 낮은 투표율 등 악재도 있지만 당분간 프랑스는 마크롱의 실용성에 의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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