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추경’ 호소를 위해 국회를 찾은 12일 당정청은 꽉 막힌 인사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총력전을 폈지만 야권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이날도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 채택은 불발됐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임명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 감정의 골은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이날 오전 간사회의를 통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을 시도할 예정이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회의 개의조차 하지 못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을 위한 세 번째 전체회의 개최를 시도했지만 결국 일정을 잡는 데 실패했다. 외교통상위원회 역시 이날 오후 간사회의를 열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했지만 여야 간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처럼 야권이 고위공직 후보자 3인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들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은 사실상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이수 후보자의 경우 보고서 채택 시한(12일)을 넘기면서 공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로 넘어갔다. 정 의장은 보고서 채택 시한이 지나면 김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또 강경화·김상조 후보자는 청문회 후 3일 이내에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문 대통령이 추가로 10일의 시간을 줄 수 있지만 임명 강행에 법적 걸림돌은 없다. 김상조 후보자와 강 후보자의 청문회는 지난 2일과 7일 각각 실시 돼 보고서 채택 시한을 이미 넘긴 상황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와의 원만한 소통을 위해서라면 먼저 대통령이 김이수·김상조·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결자해지 차원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청문회 정국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풀어줘야 한다”며 “신 정부의 내각과 헌재소장으로서 임명될 수 없는 이분들의 문제가 해결돼야 국회 운영도 원만하게 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남은 관심은 청와대가 야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할지 여부에 쏠린다. 청와대와 여당은 김이수·김상조·강경화 후보자가 직무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위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여야 합의와 상관없이 임명이 불가피하다는 기류 속에서 막판 설득에 총력을 쏟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 전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 지도부를 만나 내각 구성을 위한 야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국민의 뜻은 분명하다. 세 분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적합 결론을 내렸다”며 “야당이 과연 국민의 뜻을 실천하는 국회 운영 목적과 원칙을 지키는지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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