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요금 기본료 폐지를 추진하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국정기획위는 기본료 폐지를 포함해 통신비 인하 혜택이 모든 소비자에게 고루 돌아가는 ‘보편적 인하’로 정책 방향을 잡았지만, 업계의 반발이 거센 데다 일방적 소통에 대한 비판이 불거지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내주 중으로 미래부와 통신비 인하 방안을 재차 논의할 전망이다.
국정기획위는 13~14일 기획분과위원회 주관으로 국정 과제들을 검토한다. 15일까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1차로 확정 지을 계획이지만 통신비 인하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대해선 충분한 검토를 거칠 방침이다. 김진표 위원장은 12일 전체회의에서 “통신비 인하, 교육환경 개선 등의 과제는 국민의 관심이 높고 이해관계도 첨예해 결론을 내리는 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며 “(논의를) 마무리하는 과정이라고 최종 국정계획에 넣는 한이 있더라도 충분히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본료 폐지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위의 ‘일방통행’ 논란을 충분한 논의를 통해 불식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1차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기본료 폐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통신비를 담당하는 경제2분과는 애초 지난주까지 미래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통신비 인하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미래부의 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국정기획위와 미래부는 지난 10일 3차 업무보고에서 보편적 인하안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9일 미래부와 통신 3사가 만난 자리에서는 양측 간 냉기류가 흘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기본료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미래부는 우리도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기본료 폐지를 두고 미래부와 업계 간에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본료 폐지 불가에서 한발 물러선 미래부는 구체적인 폐지 방안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편적 인하와 관련해 데이터 기본 제공량을 늘리는 방법과 신규 요금제에 기본료를 반영하지 않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데이터 제공량 확대는 저가 요금제에서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늘려 인하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 현재는 3만원대 데이터 요금제에서 기본 제공량은 300MB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 이동통신 요금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제외하고는 신고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일부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원가공개 역시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이다.
통신사들의 일괄적인 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 법 개정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 근거도 없이 기본료 폐지를 포함한 요금 인하를 시행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단기간에 밀어붙이는 방식보다는 각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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