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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옥자’ 디스토피아 속 ‘웃픈 동화’..이것이 봉준호의 세계관

‘옥자’는 봉준호 세계관의 가장 모범적인 영화다. 인간의 끝 모를 이기심, 그에 희생되는 동물에 대한 이해가 이번 영화에서 가장 잘 정돈돼 보인다.

12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대한극장에서는 영화 ‘옥자’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이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논란과 기대치 높은 화제의 작품이니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대한극장에서는 천 여 명의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3개관에서 시사회가 동시 진행됐다.





오는 29일부터 국내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190개국 동시 공개로 이례적인 상영 방식을 내세운 ‘옥자’는 프랑스 칸 현지에서부터 전통 상영 규율을 깨트리는 문제작으로 취급됐다. 국내에서 역시 대형 멀티플렉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로부터 상영관을 얻지 못한 상황이지만, 서울 대한극장, 서울극장을 비롯해 전국 100여개 개인 극장들과 협의를 마친 상태다.

척박한 환경에서 공개된 ‘옥자’의 알맹이는 그럼에도 가치 있었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안서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일찍이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변희봉)와 단 둘이 사는 미자에게 어느 날 찾아온 옥자는 엄마이자 아빠이자 친구였다. 비록 형태는 달라도 옥자와 미자는 깊은 신의가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은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무작정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 간다. 미자는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뉴욕까지 향하고, 미란도 코퍼레이션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동물학자 죠니(제이크 질렌할), 동물보호단체 ALF는 각자의 이권을 둘러싸고 옥자를 차지하려 한다.

/사진=넷플릭스


‘옥자’의 첫 이미지는 ‘사랑스런 동화’ 같다. 외딴 산골에서 하마와 돼지를 결합한 변종 동물 옥자와 인간 미자가 정신적 교감을 나누는 모습은 따스하고 평화롭다. 우리가 애완동물과 소통하는 보편적 정서에서 공감을 느낄 만하다. 그러다가 영화는 점차 봉준호식 디스토피아로 향하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옥자를 ‘활용’하려드는 이들에게서 사악하고 추악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접하게 된다.

이러한 줄기는 과거 봉준호 감독의 세계관과 아주 밀접하다. ‘플란다스의 개’(2000), ‘괴물’(2006)이 대표적이고, 유사하게는 ‘살인의 추억’(2003), ‘마더’(2009), ‘설국열차’(2013)까지 무자비하게 희생되는 약자를 대변한다. 옥자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강원도 산골에서부터 뉴욕 한복판까지 다채롭게 그려지는데, 다소 정형화된 구조 가운데도 곳곳에 허를 찌르는 유머와 센스, 촌철살인의 메시지까지 맛깔 나는 스토리텔링을 자랑한다.





휘황찬란한 도시와 호젓한 산속을 고루 담으며 영상미에도 공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제작비 600억 원의 값어치를 하듯, CG로 구현된 옥자는 움직임과 질감 모두 좀처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만화광’인 봉준호답게 ‘옥자’의 캐릭터 설정과 전개는 그에 따른 식을 보인다. 특히 미자의 할아버지, 미란도의 총수 루시 미란도, 동물학자 죠니 윌콕스는 저마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기괴하고 독특한 이미지로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한다. 틸다 스윈튼은 ‘설국열차’ 메이슨, 변희봉은 ‘플란다스의 개’ 변경비, ‘괴물’ 희봉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가장 크게 변신한 건 제이크 질렌할이다.

안서현은 오디션으로 2100:1을 뚫은 만큼 미자의 순수하고 정 많으면서 당차고 똑 부러진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애처롭게 “옥자야!”를 부르짖던 14살 소녀 안서현의 잔상이 강하게 남는다. 미자와 동행하는 비밀동물보호단체 멤버 중 리더 제이 역은 폴 다노가 냉철한 카리스마로 연기한다. 2인자 케이는 스티븐 연이 맡아 의외의 코믹을 담당한다. 히든 병기 최우식의 활약도 쏠쏠하다.

어드벤처극 ‘옥자’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호소할만한 작품이다. 귀여운 옥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해학적이면서 한편으로 쓰라리기도 한 ‘웃픈 동화’로 읽힌다. 봉준호 감독의 창작욕구가 또 한 번 빛을 발한 순간이다.

/사진=넷플릭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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