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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변요한 “낙원상가 방문-피규어 수집, 나를 사랑하는 방법”

배우 변요한을 처음 본 사람은 그를 두고 진중하고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생각보다 장난스럽고 아이 같은 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가지 더. 그에게는 사랑도 있다. 낙원 상가에서 한 소절의 휴식을 즐기고 좋아하는 배우를 피규어로 간직하는 모습에서 훈훈한 사랑의 온기가 피어올랐다.

“사랑이라는 마음을 끊임없이 가지고 가고 싶어요. 독립영화를 찍고 연극을 할 때 뭐가 뭔지도 모르고 연기를 계속 했어요. 그러면서 많이 힘들기도 했죠. 연기를 그만둬야하나 고민도 했고요. 그런데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어떻게 역할을 사랑하고 상대를 사랑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대중을 공감시킬 수 있을까 하는 딜레마가 있었죠.”

배우 변요한/사진=딜라이트




딜레마를 가지고 있던 중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한 작품이 바로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다. 악역을 한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그 역할을 사랑하고 상대를 사랑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오히려 역할을 사랑해야 더 밉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단다. 로맨스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를 사랑하고 역할을 사랑해야 상대를 사랑하는데 진심이 깃든다.

변요한이 추구하는 사랑의 감정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일까. 그는 같이 작품에 임한 선배들에게 유독 예쁨을 받았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촬영할 때는 김윤석에게, ‘하루’를 촬영할 때는 김명민에게 말이다. 대선배들과 함께 연기를 하면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귀한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됐다.

“저는 정말 복이 많은 것 같아요. 선배님들께서 예뻐해 주셨거든요. 선배님들과 함께 촬영할 때 후배로서 열정은 반드시 갖고 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분들도 30대 때 분명히 그러셨을 거고요. 선배님들과 두 작품을 하면서 바라게 된 것이 있어요. 지금 제가 선배님들의 발자취를 밟고 가는 중이잖아요. 그분들보다 조금 더 뜨거웠다고 느낄 수 있게 노력하고 싶어요.”

연기관을 털어놓는 데서 마치 성인(聖人)과도 같은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교회오빠란다. 제법 성스럽게 고백하던 그는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배우들은 어떤 종교든 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종교에서 또 다른 영감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꼭 종교뿐만이 아니라 다른 문화나 취미나 여러 가지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어요. 길 가다 어깨를 부딪친 낯선 사람의 눈빛에도 흔들리고는 하죠. 낙원상가를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되게 시끄럽고 번잡해요. 악기 파는 데잖아요. 그런데 언제 가든 누군가는 악기를 연주해요. 피아노든 드럼이든 색소폰이든. 그런 굉장히 훌륭한 연주자들을 보며 영감을 얻어요.”

악기에서 끝이 아니다. 앞서 언급된 피규어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다. 어느덧 서른 두 살의 나이지만 아직도 고등학생 같은 면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아직까지 불안함을 가지고 방황도 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방황은 청춘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며 여러 취미를 만드는 중이란다. 그 취미 중 하나가 피규어다. 원래는 그에게 존재하지 않는 감성이었는데 어느 날 생겼다고.

배우 변요한/사진=딜라이트




“히어로 피규어는 아니고 배우들 얼굴을 본 딴 피규어예요. 카펫도 자르고 소파도 놓고 ‘칸 영화제’ 분위기를 냈죠. 30개 정도 돼요. 가장 좋아하는 피규어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 좋아요. 그만큼 사랑도 많이 생겼어요. 사랑이 없으면 대충 만들게 되거든요. 저만의 취미가 생기니까 저를 사랑하는 시간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저를 사랑하지 못하면 남을 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거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알게 된 요즘이다. 피규어에 이어 또 다른 취미가 있다고. 바로 복싱이다. 변요한은 ‘육룡이 나르샤’와 ‘하루’를 촬영할 당시에는 헬스를 했다. 조금 더 두껍고 단단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 이후에 복싱으로 종목을 바꿨다. 샌드백을 달아놓고 팔이 떨어질 때까지 잽을 치는데 순간 스피드가 필요하단다. 그런 훈련(?)을 통해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도 생기고 순발력도 길러진다며 복싱의 매력을 늘어놨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변요한은 취미 생활마저도 연기에 귀결되는 배우였다. 못 말리는 워커홀릭이라고 해야 할까 천생 배우라고 해야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본인은 이 연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 오히려 그렇게 때문에 작품의 흥행에 대해서도 덤덤해질 수 있었던 거란다. 독립영화를 넘어 드라마 ‘미생’, ‘구여친 클럽’, ‘육룡이 나르샤’, 상업영화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 ‘하루’까지 촬영하면서도 흥행 욕심은 접어뒀었다.

“‘미생’에서 대중을 만난 지 이제 3년 밖에 안 됐어요. 그 전에 독립영화를 계속 찍었죠. 단 한 번도 흥행을 생각하고 연기한 적이 없어요. 인기 많으면 좋죠. 사랑받는 것도 좋고요. 그렇지만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을 왜 선택했을지 나중에 가서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매번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뚝심 있는 배우를 만나는 것은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행운이다. 가능하다면 변요한이 그 자신을 심도 있게 탐구하고 사랑하고 아껴주면서 배우의 길을 오래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변요한은 연기 인생을 기약하지는 못할 지라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언제까지 연기할지 모르겠지만,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몇 명이라도 좋아요. 누군가의 생각에 ‘이 역할을 변요한이 했으면 좋겠다’라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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