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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피해사례 444건 확인…체계적 압박

'건전 콘텐츠 활성화' 명목으로 TF까지 구성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 ‘블랙리스트’ 사건의 피해 규모가 444건으로 드러났다./연합뉴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모와 피해 규모가 드러났다. 문체부와 산하기관은 대통령비서실(문화체육비서관실)의 지시에 따라 특정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배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감사원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문체부 산하 10개 기관의 지원사업 심의위원 후보나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피해를 본 사례가 총 444건이라 밝혔다. 영역별로는 문화·예술 부문 417건, 영화 5건, 출판 22건이다. 이 가운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가 배제한 사례가 364건으로 가장 많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3년 9월~11월 문화예술계의 정치적·이념 편향적 작품에 정부지원이 이슈화되자 문화체육비서관실은 문체부에 압박을 넣었다. 2013년과 2014년에 문체부가 선정한 우수도서와 관련해 2014년 초부터 심사위원의 자격심사를 요구했다. 또 진보성향의 작품이나 단체에 문예기금을 지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문예위 등 문체부 산하기관 공모사업 선전위원 및 지원 신청자 명단을 송부받아 특정인·단체를 선정하거나 배제하도록 지시했다. 2014년 6월부터 문체부는 특정 문화예술인·단체 지원배제 지시 이행실적 등을 관리해 이를 문화체육비서관실에 보고했다. 이를 위해 ‘건전 콘텐츠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TF를 구성하기도 했다.

당해 10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정치적 작품에 국고를 지원할 수 없으므로 대응방안을 보고하라”고 문체부 내부에 지시했다. 이에 지원배제를 위한 세부전략이 담긴‘ 건전 문화 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 보고서가 작성됐다. 김 장관은 보고서를 김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 3월 문체부는 문화체육비서관실에 2014년도 문예위 분야별 책임심의위원 후보자 105명의 명단을 송부했다. 문화체육비서관실은 이 가운데 19명을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문예위는 지시에 따라 2014~2016년 66명을 심의위원 선정과정에서 배제했다.



문체부는 2015년 9월 문화체육비서관실 지시로 문예위에 전화해 ‘공연예술발표공간 지원사업’에 지원한 96개 단체 중 22개 단체를 배제하도록 요구했다. 문예위가 2015~2016년 298개의 단체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또 2014~2015년 특정 영화를 상영한 예술영화전용관 1곳, 독립영화관 2곳, 다이빙벨 상영이 논란이 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지원금을 없애거나 축소하라고 영화진흥위원회에 명령했다. 영진위 직영 독립영화전용관의 특정작품 상영요청도 거부했다.

영진위는 독립영화관 2곳의 지원금을 배제하라는 문체부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독립영화관이 서울에 편중됐다’는 국정감사 지적을 앞세워 이들 2곳과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2014년 10월에 열린 부산국제영화제가 세월호 참사른 다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해 논란이 일자 지원금을 50% 삭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영진위는 국제영화제 육성지원사업 예비심사 위원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이 전체 사업비의 42.9%라는 점을 부각하며 심사위원을 설득했다. 일부 심사위원이 끝까지 반대하자 예비심사위원회가 재심사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최종적으로 전년 대비 6억6,000만원이 삭감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역시 2014~2015년 도서를 공공도서관에 배포하는 ‘세종도서’ 최종 심사 당시 지원배제 대상 도서가 선정되지 않도록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부각했다. 이 과정에서 총 22종의 도서가 배제됐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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