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재수사 명분이 하나둘 쌓여가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가 송환돼 조사를 받는 가운데 검찰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을 추가 확보하고, 감사원까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를 벌여 김종 전 2차관을 수사 의뢰한 상황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요구받은 문체부·산하기관 감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또 김 전 차관이 최씨 조카 장시호씨 소유 업체를 부당 지원하토록 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담당 공무원의 반대에도 2014년 11월 국제지구력승마연맹 교류포럼 행사 보조금으로 공익사업적립금 1억2,000만원을 장씨 소유 업체에 지원케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차관은 최순실·장시호씨와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강요)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에서 다시 수사를 받게 됐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는 앞서 작년 가을부터 검찰 1기 특별수사본부, 박영수 특별검사팀, 2기 특수본이 이어받으며 사실상 종료된 상태다. 일각에선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기간 연장 불발과 대선으로 인한 2기 특수본의 수사 미진 등을 지적하며 재수사를 주장해왔다. 특검법에 수사 대상으로 명시됐음에도 본격 수사에 들어가지 못한 의혹은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의 국정농단 관여 및 최순실 비호 여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 최순실씨의 불법 재산 형성과 국내외 은닉 의혹, 청와대의 야당 의원 불법 사찰과 최씨 개입 여부 등이 꼽힌다.
감사원이 수사 의뢰한 김 전 차관의 혐의는 위 의혹들에 직접 연관돼 있지 않지만, 특별수사본부를 법원 재판에 대응하는 공소유지 기능 중심으로 축소·재편한 검찰이 다시 본격적인 수사 채비를 꾸릴 계기가 될 수 있다. 감사원은 아울러 문체부가 2015년 10월 22일과 지난해 1월 8일에 대통령비서실로부터 각각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설립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법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보완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설립을 허가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양 재단을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18개 그룹으로부터 774억원의 재단 설립 출연금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어 재단의 설립부터 문제가 있음을 확인한 결과다.
감사원이 밝힌 감사 결과를 보면 국정농단 주요 관련자들이 모두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다.
최씨는 3개 사안(재단설립 업무 부당처리, 대통령순방 문화행사 대행업체 선정, 공익사업적립금 사업시행자 선정)과 연결된다. 안 전 수석은 GKL 휠체어펜싱팀 선수 채용 및 에이전트 계약과, 정유라씨는 승마국가대표 훈련 관리와 각각 연관돼 있다.
감사 결과를 검찰이 참고자료로 재수사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수사 의뢰 외에도 검찰이 재수사에 나설 만한 실마리가 늘어나고 있다. 검찰은 12일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7권을 추가로 압수해 내용을 분석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수첩에는 앞서 특검팀과 검찰이 압수한 56권의 수첩에 빠진 기간의 업무 내용과 박 전 대통령 지시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박근혜-최순실 뇌물 사건의 새로운 단서가 나올지 주목된다.
지난달 31일 귀국한 정유라씨도 재수사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 최씨의 국정농단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단서를 확보해 수사 보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씨의 독일 생활을 도운 보모와 마필관리사 등도 귀국 후 조사해 도피 행적과 삼성의 자금 지원 방법, 승마훈련 지원 내역 등을 중심으로 새 혐의를 추적 중이다. 이 밖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가 맡은 청와대의 보수단체 지원 의혹 사건(화이트리스트 사건)도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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