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를 놓고 ‘결단의 시간’에 내몰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추가경정 예산안 시정연설차 국회를 방문해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요청했지만 야당은 꿈쩍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야당 지도부를 만나는 등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에도 변동 상황이 없어 남은 것은 문 대통령의 결단뿐이라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야당은 이제 대통령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만일 임명을 강행하면 꼬투리 잡아 협치 무산을 선언할 게 뻔한데 이런 상황을 보면서 최종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역시 상황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후보자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청문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상당 부분 이해를 구했고, 해당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기에 무리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보름가량 앞둔 상황에서 ‘외교수장 없는 회담’은 있을 수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다. 이런 판단에는 인사 논란에도 80∼90%에 달하는 국정운영 지지도가 뒷받침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 후보자의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을 앞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임명 지연을 감수하면서 야당 설득 작업을 이어갈지, 혹은 야권 반발에도 임명을 강행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내일까지 로키를 유지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그 이후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14일로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이 지난 김 후보자에 대해 임명 강행이 가능하지만 일단 국회 기류를 본 뒤 전체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날까지도 강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열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청문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송부되지 않아도 임명해도 무방하다. 한·미 정상회담의 시급성으로 미뤄 문 대통령이 재송부 요청 시한을 최대한 짧게 잡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야당이 강 후보자뿐 아니라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드러내 두 후보자를 동시에 임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어차피 야당 반발이 예상되는데 굳이 둘을 나눠 임명을 진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라면 문 대통령이 내주 중에 두 후보자를 동시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청와대는 두 후보자에 대한 최종 임명이 이뤄지기 전까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방침이다. 문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에 재차 양해를 당부한 마당에 청와대로서는 막판까지 설득을 위한 묘안 짜기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 전체를 상대로 전방위 설득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낮 국회 상임위원장단 오찬 역시 추경안에 대한 협조 당부 외에도 인사 문제에 대한 설득 작업의 하나라는 시각이 강하다. 물론 이 자리에도 전날 문 대통령의 야당 지도부 접견 때와 마찬가지로 자유한국당은 불참한다.
강·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 표결은 물론 협치 정국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판단이 주목된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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