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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 2천여만원 北 무인기에 전략시설 소속 '스캔'

무인기 대응책 효과 없었다. '예산, 어디에 썼나'

성능 향상, 항속거리 늘어나 전국토가 감시 대상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소형비행체가 경북 성주까지 촬영했다는 사실은 북측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 측 어느 지역이라도 정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군의 최종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북한 무인기 추정 비행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상 북한이 자행한 도발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군의 한 관계자는 13일 “무인기에 탑재된 카메라에 찍힌 사진으로 비행경로를 추산하면 북한지역에서 발진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경북 성주지역까지 정찰하고 사진을 촬영하면서 북한지역으로 복귀하려다가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 무인기가 미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와 같은 첨단 비행체가 아니고, 촬영한 사진의 해상도는 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 군과 주한미군의 전략시설 배치 장소와 마음대로 오가며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문제로 지적된다. 원치 않는 상대방이 나의 몸을 마음대로 스캔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8일 강원도 인제에서 주민 신고로 발견된 무인기의 내장 카메라(일본 소니사 DSLT·메모리 3.2GB)에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골프장 전경이 찍혀 있었다. 사진을 확대하면 현재 배치된 발사대 2기와 레이더 등 사드체계 핵심장비가 있는 위치가 드러난다.

북한이 지난 4월 26일 사드체계가 배치된 이후 무인기를 날려 보내 성주골프장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인제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고도 2∼3㎞로 추정되는 상공에서 찍은 성주골프장 전경 사진을 보면 공교롭게도 북한이 지난달 8일 조선중앙TV의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사진과 너무 닮았다.

당시 북한 중앙TV는 출처가 ‘위성사진’이라고 밝히면서 “위성사진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 사드 발사기는 성주골프장의 북쪽 능선 부근에, 그리고 X대역탐지기(레이더)와 지원 장비들은 골프장의 중간 부근 서쪽 능선 부근에 배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조선중앙TV와 이번에 합참이 공개한 사진은 서로 닮은꼴이어서 다른 무인기가 촬영해 성공한 뒤 북한으로 복귀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북한의 기술이 진전될 경우 촬영과 동시에 전송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주한미군 사드배치 지역 촬영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미군의 다른 시설들도 이미 북한 무인기의 목표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당 제작비가 2,000만원~4,000만원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로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전략시설이나 군부대 배치 상황 등에 대한 정보도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3월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서울 상공을 비행하면서 7∼9초 간격으로 서울 중심지역을 촬영했는데 청와대 전경도 선명하게 찍혔다.

파주 추락 무인기는 시속 100∼120㎞로 비행했으며, 고도 2.5㎞ 상공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193장 중 초반 15장은 검은색으로 물체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178장은 판독이 가능했다. 일제 캐논 카메라의 24㎜ 렌즈를 사용했다. 같은 해 3월 31일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도 시속 100∼120㎞로 비행했으며, 고도 1.8㎞ 상공에서 촬영했다. 119장의 사진 중 19장은 물체가 흐릿했고 나머지 100장에는 소청도와 대청도의 군부대 시설 모습이 담겨 있었다. 제 니콘 D800 카메라와 니콘 35㎜ 렌즈를 이용해 사진이 촬영됐다.

군은 이번에 인제에서 추락한 무인기의 성능 개량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외형이 비슷한 추락 무인기는 체코제 4행정 휘발유 엔진을 사용하는 등 조종계통이 복잡하게 설계된 최신형이었다. 이들 추락 무인기는 미국, 중국, 일본, 스위스, 체코, 한국 등 6개국의 상용부품으로 제작됐다. 북한 무인기는 GPS(인공위성위치정보) 수신기를 장착해 임무명령 데이터에 의해 이륙한 후 입력된 좌표를 따라 비행하면서 사전에 명령받은 좌표 상공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복귀 좌표를 따라 이륙지점으로 되돌아오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전까지 발견된 무인기는 항속거리가 180~300㎞ 정도지만 휴전선에서 경부 상주까지 거리가 270여 ㎞라는 점을 감안하면 항속거리를 최소한 550 ㎞ 이상으로 늘렸을 가능성이 높다. 온 나라의 3분의 2가 북한 무인기의 감시권이라는 얘기다. 군은 지난 2014년 이후 무인기 대책을 세운다며 새로운 레이더를 사들이고 예산을 배정했으나 그동안 무엇을 했냐는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도발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다른 차원의 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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