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이라는 단어가 있다. 뭐든지 뚫는 창과 뭐든지 막는 방패가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말이다. 상반되는 개념인데 지금까지 우리는 한쪽 방안을 선택했어야만 했다. 참·거짓, 남·여, 흑·백, 청군·백군, 남·북, 적·아군 등이다. 기업 경영전략에서도 이러한 상반된 개념과 상황에서는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었고 두 가지를 함께 추구하는 것은 모순이었다. 최근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경영 인사이트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비용·차별화우위 ‘공존’의 시대
대량생산-맞춤형, 온-오프라인 연계 등
상반된 개념·전략 동시추구 가능해져
융합·통합 대세로
수직·수평시장 허브형태 통합...블루오션 탄생
대체재 간 탈산업 융합 실험이 새 BM 만들어
첫째, 기업의 경쟁우위를 흔히 고전 경영학에서는 비용우위(cost advantage)와 차별화우위(differentiation advantage)로 압축한다. 비용우위란 기업이 원가를 절감해 판매가격을 경쟁사보다 낮추는 전략이다. 공급자재를 저렴하게 들여오거나, 생산 자동화 등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거나,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차별화우위란 차별화된 디자인, 고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 이미지의 구축 등을 통해 실현이 가능하다. 문제는 비용우위와 차별화우위를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차별화우위를 추구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비용우위를 추구하면 차별화 요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집중하는 전략이 가장 유효한 전략으로 인식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반대 방향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ICT 활용을 통해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 접근과 정보 활용으로 고객에게 편리하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인터넷·모바일·스마트폰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그러한 사례들이다.
둘째,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이라는 개념도 단어 자체에 모순을 포함하고 있다. ‘매스’는 대중·대량이라는 뜻이고 ‘커스터마이제이션’은 고객 개별 맞춤형이라는 뜻이다. 각각의 고객별 성향에 맞게 특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면 대중(량)이라기보다는 소수(량)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ICT를 활용해 고객이 선택한 사양에 대해 대량으로 자동 생산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다. 아디다스·나이키 등의 운동화, 델(Dell)컴퓨터의 컴퓨터 조립판매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전 산업에 걸쳐 확대될 것이다. 머지않아 자동차도 고객 개별 사양과 취향에 맞는 제품으로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셋째, 온라인과 오프라인도 상반되는 개념이다. 유통채널로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기업의 경우에는 온라인 유통채널은 오프라인 채널을 잠식하는 갈등 요소가 된다. 해결 방법은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는 두 채널을 차별화시키는 것이다. 하나의 채널은 일반 제품 및 서비스를, 다른 채널은 프리미엄 제품 및 서비스로 특화하거나 기능을 구분해 판매와 서비스·홍보 등을 구분할 수 있다. 또는 온·오프라인 두 채널을 동시에 이용하면서 내부적 성과 관리 등으로 갈등 요소를 조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배달의민족, 직방, 이마트 생필품 배송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O2O(Online To Offline)도 좋은 대안이 된다.
넷째, 시장을 흔히 수직시장과 수평시장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수직시장이란 자동차·철강·화학 등 해당 산업별로 구성되는 시장이다. 수평시장은 산업별이 아닌 회계, 소모성 자재(MRO), 기술, 마케팅 등 영역별 시장을 의미한다. 목표시장에 대해서 별개로 목표시장을 둘 수도 있겠지만 이 두 시장을 함께 허브 형태로 통합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다섯째, 대체재 간의 통합 또는 융합이다. 서로 별개의 기술 또는 대체재나 서비스에 대해서 통합하거나 융합시킬 수 있다. 스마트폰은 휴대폰의 통신기능과 카메라·녹음기·MP3 등이 통합된 제품의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도서관과 카페의 통합 등 가끔 이러한 시도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시도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개방적인 유연한 자세를 필요로 한다. 상반되고 상치된다고 해서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야만 하는 구시대적 사고를 극복해야 한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 심지어 불가능할 것 같은 개념 간의 대립도 이제는 동시에 추구하거나 또는 융합해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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