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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도 회계부정

3,850억원…창사 이래 최대 위기

후지제록스 회장·주요 임원 6명

늦어도 이달 말까지 사임 발표

도시바 이어 파문…日 기업 '실적지상주의' 다시 도마에





일본 후지필름홀딩스가 자회사 후지제록스의 대규모 회계 부정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15년 일본의 대표기업인 도시바에 이어 또다시 회계 부정 파문이 불거지면서 매출과 이익 불리기에만 매달리는 일부 일본 기업들의 ‘실적지상주의’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후지필름홀딩스는 이날 자회사인 후지제록스의 뉴질랜드 및 호주 법인에서 발생한 총 375억엔(약 3,850억원)에 달하는 회계 부정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야마모토 다다히토 후지제록스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 6명이 늦어도 이달 말까지 사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후임 회장을 겸임하게 된 후지필름홀딩스의 고모리 시게타카 회장은 실추된 회사 이미지를 회복하고 해외 자회사 경영 정상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후지제록스의 회계 부정은 실적지상주의에 함몰된 경영이 주원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액에 연동해 해외 자회사 임직원의 보수가 결정된 구조가 지속적인 실적 부풀리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판매 자회사 사장이 감독 권한 등을 쥐고 있어 이사회가 충분히 기능하지 못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해외 법인의 경우 현지 사정에 밝은 경영진이 전적으로 일을 맡으면서 본사가 사실상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부적절한 회계 처리는 호주 자회사까지 확대돼 부정의 규모를 한층 키웠다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고위임원들의 시도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요시다 하루히코 후지제록스 부사장은 2015년 8월께 뉴질랜드법인이 복합기 리스 매출을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그룹에) 일단 문제가 없다고 하라”며 사건을 덮으려 했다. 앞서 도시바가 미국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손실을 숨기기 위해 10조원대 회계 부정을 덮으려 시도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외부감사를 맡는 ‘빅4’ 회계법인이 시장을 과점하는 상황이 일본 기업들의 연이은 회계 부정의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외 회계를 도맡아 처리할 수 있는 딜로이트나 어니스트·KPMG·PwC 등 대형 회계법인들이 15년 전 여덟 곳이었지만 합병 등을 거치며 네 곳으로 줄어들어 기업들의 선택지가 줄고 외부감사가 부실해지는 폐해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의 후지제록스 본사 전경.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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