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이슬람=아랍’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무슬림들은 같은 이슬람의 정체성 아래 동질적인 사람들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재 이슬람 인구는 약 18억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가장 무슬림 인구 수가 많은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2억6,000만명의 인구 중 87%가 무슬림이다. 두번째는 1억8,500만명의 인구를 가진 파키스탄으로 96%가 무슬림이다. 세번째는 인도다. 인도에서 이슬람교는 13.4% 정도만 믿는 소수종교지만 워낙 인구(13억4,000만명)가 많다 보니 세번째 이슬람 대국이다. 네번째 역시 아시아 국가로 방글라데시다. 1억8,000만명 인구 중 80%가 무슬림이다. 여기에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 이슬람 국가이다. 즉 무슬림의 3분의2가 아시아에 산다. 인구 분포상으로는 ‘이슬람=아시아’가 옳은 셈이다.
중동지역 국가 안에서도 이슬람은 결코 동질적이지 않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과 터키의 경우 중동국가이지만 아랍어를 쓰는 아랍민족은 아니다. 이란은 아리안족 계통으로 아랍과 민족 자체가 다르고 페르시아어를 쓴다. 터키는 튀르크족으로 터키어를 쓴다.
지난 7일에는 수니파 극단주의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의 의회와 이맘 호메이니 영묘를 공격했다. 직접적인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IS는 그동안 이란을 줄곧 제1의 주적이라고 비난해왔다. 이에 앞서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아랍에미리트·바레인 등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가 이란에 동조하고 테러단체를 지원했다는 게 이유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은 기독교-이슬람의 충돌만큼이나 그 역사와 정도가 깊고 넓다. 수니파의 종주국은 사우디, 시아파 종주국은 이란이다. 만약 이란 핵 협상이 깨지고 이란이 다시 핵 개발을 할 경우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 폭격에 나서면 사우디는 당연히 찬성한다고 할 정도다. 인구 면에서 보면 수니파가 압도적인 주류로 전 세계 무슬림 수 대비 85%를 차지한다.
수니와 시아는 최후의 예언자 무함마드 이후 무슬림 공동체의 정당한 지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서로 생각이 다르다. 시아는 무함마드가 사촌동생이자 사위인 알리를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수니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또 지도자의 개념이 다르다. 수니는 예언자의 후계자라는 의미에서 칼리파라고 부르는데 시아는 이맘이라고 한다. 시아에 따르면 칼리파는 사람들이 추대해서 합의하지만 이맘은 신이 지명한다. 칼리파는 잘못을 저지를 경우 언제나 제거할 수 있는 존재지만 이맘은 죄를 짓지 않는 존재로 그 지도력이 영속적이고 온전하다고 믿는다.
시아는 알리를 첫 번째 이맘으로 여긴다. 예언자 집안 사람들인 이들 이맘은 모두 12번째까지 이어지는데 12번째 이맘은 874년 어렸을 때 사라져 현재도 어디엔가 살아있는데 세상이 불의로 가득 찰 때 재림해 정의를 확립할 것이라고 한다.
12번째 이맘의 재림을 기다리는 시아는 현재 이란·이라크·바레인·레바논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12이맘 시아파라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아랍 걸프 왕정국에도 시아가 상당수 존재한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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