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테러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이슬람과 연관된다.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직접 나섰든, 아니면 이들의 영향을 받은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일으켰든 사건발생 후 이어지는 미디어 보도에서는 이슬람·무슬림이 빠지지 않는다. IS는 심지어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 의회와 성지로 일컬어지는 호메이니 묘지에까지 테러를 저질렀다. 뉴스 검색 사이트에 ‘이슬람’이라는 주제어를 넣고 검색해봐도 ‘IS 테러, 이슬람 원리주의자, 이슬람 근본주의, 이슬람 테러, 이슬람 혐오, 이슬람의 명예살인’을 다룬 글들이 줄줄이 뜬다. 기독교계 일부에서는 한국 사회에서의 이슬람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슬람과 관련해 다른 스토리가 등장한다. 이슬람의 부흥이다. 전 세계적인 테러 광풍과 별개로 이슬람 인구는 현재 가장 역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 종교연구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forum.org)는 올해 4월5일 ‘글로벌 종교지형의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이를 분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 세계 종교별 인구분포는 기독교(개신교+가톨릭+그리스정교 등)가 31.2%(22억7,625만명)로 이슬람교(24.1%, 17억5,262만명)를 압도한다. 그러나 오는 2060년이면 기독교 31.8%(30억5,446만명), 이슬람교 31.1%(29억8,739만명)로 거의 비슷해진다. 이 추세로 가면 2060년 이후 이슬람이 세계 최대 종교가 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렇게 되는 주된 이유는 무슬림의 높은 출산율이다. 연구소는 2015~2020년 종교별 평균 출산율과 관련해 전 세계 무슬림이 2.9명인 반면 비무슬림은 2.2%에 그친다고 전망했다. 또 2015년 전체 무슬림 인구의 나이 중간값(median age)은 24세로 젊다. 반면 비무슬림의 중간 나이는 31세다.
이렇다 보니 이슬람 관련 시장 규모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슬람에서 허용하는 할랄식품의 경우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시장 규모가 1조달러였던 데서 2020년이면 2조6,0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앞으로 할랄시장은 식품을 넘어 의약품·바이오·관광·호텔·금융 등으로 영역을 급속히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슬람 금융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산 규모가 2006년 5,000억달러에서 2015년 2조2,000억달러로 연평균 2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대학교 이슬람연구소의 김아영 소장은 “이슬람을 잘 알지 못하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도, 급성장하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보면서 성급히 달려드는 것도 옳지 못하다”며 “우선 편견 없이 이슬람을 있는 그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슬람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21세기에는 문화 다양성에 바탕을 둔 공존과 협력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가치”라며 “이 관점에서 볼 때 전 세계 57개국 18억 인구의 이슬람 문화권을 적대시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슬람을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들여다보면서 그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국가적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병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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