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아이디어는 창업의 출발점이다. 그 아이디어는 자신이 하고 싶거나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아울러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되려면 목표 고객에게 충분한 가치(value)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가치란 고객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기능적 가치,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쾌락적 가치, 제품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제품을 통해 윤리적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이타적 가치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모두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사업이 될 것이다.
보통 창업가는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가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없었다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 창업가의 42%가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서라고 대답한 조사가 있다. 창업가의 절반가량은 제대로 된 고객 가치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창업가의 사업 아이디어가 고객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제품 개발 전부터 확인해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많은 고객과 만나 이야기 나누기를 권장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그러던데요. 고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데요. 그래서 고객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던데요?”
“헨리 포드가 그러던데요.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자동차가 아니라 더 빠른 말이라고 했을 거라던데요. 그런데도 고객들에게 물어봐야 하나요?”
좋은 질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당연하다. 고객들이 그것을 다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미 누군가는 사업을 하고 있을 것 아니겠는가. 우리가 고객으로부터 알고 싶은 것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첫째 창업가가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 문제, 고객 불편을 정말로 그들이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고객들은 창업가가 생각하는 고객 불편을 큰 불편이라고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때때로 전혀 다른 불편을 토로할 때도 있다.
둘째, 고객이 불편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고객이 말하는 문제 대안은 창업가의 경쟁 제품이 된다. 창업가의 솔루션은 그러한 대안들보다 가격이 낮거나, 기능이 좋거나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창업가가 생각하는 솔루션이 정말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지, 기존 대안보다 나은지 확인하는 것이다. 고객을 직접 만나 이야기해보면 이 솔루션이 정말 필요한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제품 개발 전에 제품에 관심을 가진 고객을 미리 확보하는 것은 덤이다.
우리가 고객에게 물어야 할 것은 원하는 게 무엇인지가 아니다. 그건 창업가의 몫이다. 고객이 가진 문제와 문제의 대안을 확인하고 창업가의 솔루션이 고객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는지 알아보는 것이 목적이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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