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도민우선(퍼스트)회가 도쿄 도의회선거를 앞둔 여론조사에서 마침내 자민당 지지율을 제쳤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고이케 도지사의 인기가 다음달 치러질 선거에서 ‘이변’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도쿄신문은 지난 10~11일 도쿄 거주 유권자 1,021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다음달 도쿄 도의회선거 때 도민우선회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22.6%로 자민당(17.1%) 지지율을 5.5%포인트 앞섰다고 보도했다. 도의회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도민우선회 지지율이 자민당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민우선회는 지난달까지도 자민당과의 대결에서 확실한 열세를 보였다. 지난달 20~21일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자민당이 25%로 도민우선회(22%)를 3%포인트 앞섰으며 교도통신이 지난달 27~28일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자민당은 17%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고이케 지사가 지난 1일 “낡은 의회를 새로운 의회로 바꾸자”며 도민우선회 대표에 취임한 후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3~4일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는 양당의 지지율이 27%로 동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도민우선회의 인기를 오롯이 떠받치고 있는 고이케 지사는 우익성향의 정치인이지만 지난해 7월 도쿄지사선거 때 자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후 무소속으로 도쿄도지사선거에서 당선됐다. 이후 자민당 의원들이 장악해온 도쿄 도정을 개혁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면서 도쿄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10여년간 방송 진행자로 활동했던 경력을 십분 활용해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이슈를 선점한 뒤 선악 대결로 밀어붙이며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일명 ‘고이케 극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고이케 극장이란 대중적 이미지를 선거전에 구사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고이즈미 극장’에 빗댄 말이다.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고이케 지사의 지지율은 56.6%로 이전 지사들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현지 언론은 고이케 지사가 이번 도쿄 도의원선거에서 대승을 거둔다면 지역 정당인 도민우선회를 전국정당으로 키워 차기 중의원선거에 나서고 총리를 노릴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도민우선회는 모두 127석이 걸린 이번 선거에 48명의 후보를 낼 예정이며 선거 때 공조하기로 한 공명당과 함께 과반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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