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러시아 기초연구재단과 함께 지난 5~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제1회 한러 과학기술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과학기술의 날 행사는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열린 ‘제12차 한러 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양측이 합의한 사항으로 미래부와 러시아 교육과학부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마련됐다. 지난 5년간 여섯 차례의 러시아 방문과 세 차례의 러시아 전문가 초청을 통해 우주 분야의 민간교류 확대에 노력을 기울였던 만큼 양국 정부의 공식 행사로 발전하게 돼 매우 뿌듯하다.
포럼에서는 양국의 전략적 과학기술 협력 분야인 항공우주, 원자력, 뇌과학·인공지능 분야 전문가들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민간 차원의 협력확대 방향을 논의하는 한편 우리나라 전문가가 러시아 학생을 대상으로 공개강의도 진행했다. 대표적 협력 분야인 우주 분야에서는 양국에서 각각 6편의 논문이 발표됐으며 모스크바항공대(MAI)를 방문해 러시아 학생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특강과 공동연구 협의를 진행했다. MAI는 우주인을 22명이나 배출한 항공우주 명문대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에 모스크바항공대를 방문했을 때 로켓엔진학과 교수들이 연구제안서를 미리 써올 정도로 공동연구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 내심 놀랐다. 3~4년 전만 해도 접근 불가능에 가까웠던 로켓엔진학과 교수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대편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공동연구를 제의해온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러시아의 선진 우주기술을 보유한 전문가와의 학술교류 및 국제 공동연구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행사의 두드러진 특징은 양국이 정부 차원에서 과학기술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우주 분야에서도 2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2년 전 한국연구재단에서는 러시아와의 ‘양자 연구교류지원사업’으로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50개 신청과제 중 겨우 4개 주제를 선정해 8%의 선정률에 그쳤고 우주 분야는 그나마 단 한 과제도 선정되지 못했다. 예산도 연구주제당 연간 2,000만원에 그쳐 상호방문 및 세미나를 적극 진행하기에는 턱없이 적었다. 하지만 한러 과학기술의 날 행사가 열린 올해는 확 달라졌다. ‘2017년도 한러 과학기술 공동연구사업’으로 신규 과제를 공모하는 데 연간 연구비가 1억5,000만원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항공우주 분야를 특정해서 포함하기로 했다.
2014년 기준 러시아의 우주 예산은 87억달러로 우리나라(4억6,000달러)의 20배에 육박한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034%로 러시아(0.47%)의 14분의1에 그친다. 미국 컨설팅 회사 퓨트론이 평가한 2014년도 우주 경쟁력 순위에서도 러시아는 세계 3위, 우리나라는 8위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우리나라를 우주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얼마 전 러시아의 NASA 격인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의 고위인사가 우주산업 인력 양성에 대한 양국 간 협력 논의를 위해 국내 주요 대학을 방문했고 오는 8월 말에는 이번 과학기술의 날 행사에 참여한 기관 중 MAI·바우만공대 등에서 서울대·충남대 등을 방문해 협의를 진행하려 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2014~2016년 러시아 기초연구재단은 국제 공동연구를 위해 총 예산의 7%를 투입했다. 우리는 1.4%에 불과해 국제 공동연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부족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미래부의 올해 연구개발(R&D) 국제협력 예산도 지난해(429억 원)보다 100억원 가까이 줄어든 328억원이다. 모처럼 호기를 맞은 러시아와의 국제협력이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하지 않기를 바란다. 내년에는 한러 과학기술의 날 행사가 장관급으로 격상될 수 있다고 하니 새 정부에서 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부 주도로 개최된 한러 과학기술포럼을 우주 분야 국제협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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