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아니라 요즘은 ‘손끝만 스쳐도 인연’이 닿는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의 랜덤채팅 앱으로 남녀 간의 만남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랜덤채팅은 별도의 본인 인증 과정 없이 손쉽게 가입된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14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245개, 애플 앱스토어에도 100여개의 랜덤채팅 앱이 등록된 상태다. 지역이나 다양한 관심사로 대화하기 위한 원래의 개발목적과 달리 실제로는 기혼자가 불륜 상대를 찾는 창구로 전락했다.
서울경제신문의 디지털 브랜드 ‘서울경제썸’은 불륜의 메신저가 된 랜덤채팅 앱을 집중 조명했다. 디지털미디어부 기자들이 직접 랜덤채팅 앱 중 가장 다운로드 수가 많은 T채팅앱을 다운받아 가입한 뒤 랜덤채팅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영상으로 담았다. 1분도 채 안 되는 간단한 가입 절차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수십 통의 쪽지가 쏟아졌다. ‘37세, 180㎝, 74㎏. 서울 기혼, 증권맨이에요. 두근두근 데이트할래요?’ 같은 쪽지는 양호한 수준이었다.
‘화끈 훈남 유부(남)입니다. 비밀 지키는 연애 하고 싶어요’까지 직설적이고 퇴폐적인 내용의 쪽지도 수차례 받았다. 심지어 기혼자가 맞느냐는 질문에는 자녀 사진이나 결혼사진까지 여러 장 보내왔다. 이처럼 랜덤채팅이 불륜의 메신저가 돼버린 데는 지난 2015년 간통법이 폐지된 것도 한몫했다. 불륜을 들키더라도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채팅앱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9.8%(249명)가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피해의 주요 내용은 △원치 않는 지속적 연락(24.4%)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23.8%) △개인정보 유출(16.0%) △금전 요청(10.2%) 순이다. 전문가들은 랜덤채팅 앱 이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엄격한 본인 인증 절차 등의 제도적 보완과 더불어 사용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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