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퇴임 무렵 정윤회씨와 최순실씨 안부를 물었다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 전 실장은 최씨의 존재는 알지만 친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2015년 1~2월께 실장님(김 전 실장)이 그만두시기 전에 만난 자리에서 ‘정윤회씨와 그 처(최씨)는 잘 있느냐’고 물어본 일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당시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냥 우연히 나온 얘기인데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체육 개혁이나 승마 얘기를 하다가 (최씨 딸) 정유라씨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추측을 곁들였다.
김 전 실장은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김 전 차관의 증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정윤회·최순실 부부와 통화든 면담이든 한번도 한 일이 없다. 정유라도 이번 사건 이후 알았다”면서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안부를 물을 일이 없는만큼 김 전 차관이 뭔가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진상 조사하기위한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 법률자문위원을 맡았던 그가 박 전 대통령의 후보 검증회 맨 앞줄에 앉아 최순실 이름이 언급되는 걸 듣고 있는 영상이 공개되자 “착오를 일으켰다. 이름을 못 들은 건 아니지만 접촉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은 또 이날 법정에서 “김 전 실장이 ‘삼성그룹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기로 했다. 삼성 사람이 연락할테니 만나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안에서 삼성이 회장사를 맡는다는 정보를 들어서 체육 담당 차관이 알면 참고되겠다 싶어 귀띔해준 일은 있다”며 “삼성 관계자를 만나보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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