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아니면 도’로 여겨질 정도로 ‘신선한 도전’이 가득한 tvN 월화드라마 ‘써클 : 이어진 두 세계’(이하 ‘써클’)은 탄탄한 스토리와 매회 예측 불가능한 반전을 선보이며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고 있다. 종영까지 4회 남겨진 가운데 ‘써클’의 민진기 PD를 비롯해 배우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전의 연속이라고 자부했다. ‘써클’의 자신감, 끝까지 믿어도 좋을까.
한 드라마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은 ‘더블트랙’ 형식을 도입한 ‘써클’은 2017년 ‘파트1: 베타프로젝트’(이하 ‘파트1’)와 감정이 통제된 2037년 미래사회 ‘파트2: 멋진 신세계’(이하 ‘파트2’)를 배경으로 두 남자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내용을 한 작품에서 다룬다.
사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써클’에 대한 반응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앞서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안방극장에서 유례없었던 SF장르물이었으며,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나의 드라마에 담는 더블트랩이라는 낯선 시도와, 외계인에 스마트지구, 미래사회 등과 같은 소재들은 아무리 좋게 본다고 하더라도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호평이 가득하다. 외계인과 미래사회 등은 그저 소재일 뿐, 촘촘한 이야기 속, 자연스럽게 깔린 복선과 반전들이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몰입도와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써클’을 연출하는 민진기 PD는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에서 진행된 ‘써클’의 기자간담회에서 ‘써클’의 인기요인에 대해 “참신한 시도에 대해서 많은 사랑을 주신 것 같다. 매회 저희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세팅을 했는데, 그런 부분이 미드같은 분위기를 준 것 같다”며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웰메이드’다. 배우들의 열연이 스토리 몰입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파트1’에서 주인공은 외계인을 쫓다가 누군가에 의해 납치된 쌍둥이 형 범균(안우연 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진(여진구 분)과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의문의 여대상 정연(공승연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파트2’는 기억을 삭제하는 휴먼비에 맞서 싸우는 준혁(김강우 분)과 스마트지구의 시스템을 신봉하다가 이에 대한 잘못을 깨닫는 호수(이기광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파트1’과 ‘파트2’는 서로 다른 이야기이지만, 핵심인물은 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살펴봤을 때 ‘파트1’에서 우진이 범균을 찾는다면 ‘파트2’에서는 기억을 잃고 준혁이 된 범균이 실종된 우진을 찾고 있는 것이다. 즉 ‘써클’은 쌍둥이 형제 우진과 범균, 외계인일지도 모르는 별(정연)으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된다.
민 PD는 “‘써클’은 피트1이 끌고 파트2가 민다. 여진구가 받쳐주고 김강우가 연기력으로 끌어들이는 형국이다. 파트1과 파트2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고, 그 고리들이 후반부로 가면서 음모와 사건들로 만난다. 두 개의 이야기지만 결국에는 하나가 되는 것이 우리 드라마만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기억을 잃은’ 준혁이었던 만큼 시청자들 사이 방송 초반 그의 정체가 범균인가 우진인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었다. 주인공이니 ‘준혁은 우진’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이후 밝혀진 그의 정체는 바로 범균이었다. 준혁을 연기하는 김강우는 “사실 저도 헷갈렸다. 작가들이 떡밥을 깔아놓는 것이 ‘준혁은 우진’이라는 떡밥을 깔아놓으시더라. 보시는 분들에게 제가 우진인가 범균인가 궁금증을 많이 유발하게끔 한 것 같다”며 “저희도 전개 과정을 모르기에, 지레짐작으로 연기를 할 수 없다. 촘촘하게 여러 가지 장치들을 해 놓으셔서 지금은 그냥 대본 그대로 따라한다. 나중에 우진과 만날 수 있는데, 잘못 연기를 해서 어그러질 수 있기에 연기를 함에 있어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우진을 연기하는 여진구 또한 “뒤에 어떻게 흘러갈 지 배우들도 짐작을 할 수 없기에, 지금의 연기에 굉장히 충실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F장르물을 차용했지만, ‘써클’은 결국은 ‘망각은 축복이 아니며, 기억은 책임’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희 드라마의 화두이자, 기획의 핵심적인 부분이 망각과 기억”이라고 말한 민 PD는 “그것(기억)들을 감당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12부작인 ‘써클’은 호흡이 무척이나 빠르다. 각 파트당 주어진 시간은 고작 30분 내외. “12부작을 ‘파트1’ ‘파트2’로 나누다보니 사실 분량 상으로는 짧다. 그래서 극 전개가 지나치게 빠르고, 인물들도 많고 해서 조금 따라가기가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민 PD는 “개인적으로 드라마적인 스토리텔링이 조금 더 촘촘하고 완벽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반대로 그 부분 때문에 우리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생각이 든다. 기존의 드라마가 고구마였다면 ‘써클’은 사이다 전개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이러한 드라마를 원했던 팬층에서는 분명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어 “사실 연출자로서 양쪽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4회라도 준비를 잘 해서 마무리하고 싶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12작으로 잘 끝난다면, 감독판 같은 것으로 아주 몰입도 있게 다시 편집을 해보고 싶다. 2시간 반 정도로, 영화 분량 정도의 스토리로 볼 수 있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영까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시즌2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민 PD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작가님들이나 저희 배우들은 그렇게 되면 가장 좋겠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요구와 사랑이 지속 돼야 한다”며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안방극장의 부응에 실망스럽지 않게 만드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8회까지 거침없이 달려오면서 수많은 반전으로 시청자들의 허를 찌른 ‘써클’은 이제 더욱 본격적인 반전의 향연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민 PD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으로 재미를 줬는데, 남은 반전도 상상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며 “지금까지 반전의 핵심이 ‘그 인물은 누구일까’였다면, 남은 반전은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기억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반전이라고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서클’의 반전에 대해 김강우도 거들었다. “지금까지 반전은 반전도 아니다. 떡밥이었다”고 말한 김강우는 “이와 관련된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제가 집에서 대본을 외우다 대본을 책상 위에 놔뒀는데, 집사람이 화를 내더라. 왜 그걸 펴놨냐고. 그래서 자기가 대본을 봐서 ‘그걸’ 알았다고. 그동안 우리 와이프는 단 한 번도 드라마를 보면서 대본을 몰래 보거나 재밌다고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민 PD는 4회 동안 펼쳐질 반전에 대해 “8부의 스토리들이 남은 4회를 위한 떡밥”이라고 정의했다. 민 PD는 “남은 4회는 매회가 저희가 연출하고 연기하면서도 정말 힘들게 찍고 있다. 너무 속도감도 빠르고 몰입감도 빠르다”며 “남은 4회를 보시면 다시 내용이 궁금해져서 역주행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다른 드라마가 1~4회에서 승부를 건다면, 저희는 1~8까지 빨랐지만, 남은 4회는 마지막 스퍼트를 달리는 것처럼 더욱 빠르다. 기대하셔도 좋다”고 강조했다.
한편 ‘써클’은 매주 월화 오후 11시 방송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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