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에서 공공일자리 81만개,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개혁으로 50만개 등 재임기간 동안 총 131만개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1호 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하면서 일자리 대통령으로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청년 일자리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고 지속될 수 없다. 공무원을 뽑으면 급여·복리후생비·퇴직금 등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 공공기관의 대부분이 적자인 상태에서 일자리를 늘리면 적자가 늘어나면서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우수한 청년들이 창업 등 도전정신을 외면한 채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현상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공공일자리는 207만개로 전체 일자리(2,623만개)의 7.9%에 불과하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은 53만개이지만 민간 부문은 644만개에 달한다. 아무리 공공일자리를 늘리고 공공 부문 비정규직을 줄여봤자 민간 부문 일자리가 늘어나고 비정규직이 줄어들지 않는 한 국민이 느끼는 정책효과는 별로일 것이다. 문 대통령도 말했듯이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마중물에 불과하다.
정부는 규제 완화, 특히 서비스업 규제 완화에 일자리 창출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서비스업은 개인의 자율과 창의를 살릴 수 있는 분야이고 일자리의 보고(寶庫)다. 투자 10억원당 제조업 고용유발계수가 8.3명인데 비해 서비스업은 그 두 배인 16.7명에 달한다. 서비스업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산업 간 융복합이 쉬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장할 여지가 무한하다. 특히 헬스케어·사회복지서비스·관광·문화 사업은 고령화 시대에 고품질 일자리 창출 여지가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리고 청년창업 활성화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일석이조 정책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영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기준 ‘창업기회 인식’ 조사에서 34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인 33위를 차지했다.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유독 7위로 상위에 자리했다. 이는 창업을 위한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의 최우선 과제는 ‘성장동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다. 청년창업 활성화는 이 두 가지 과제 해결에 마중물과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경제민주화는 기회균등과 공정경쟁의 룰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기업의 활력과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대·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소기업 기술탈취 등 대기업의 ‘경제권력 남용방지’와 상속세 강화를 통한 ‘부의 대물림 차단’은 경제민주화의 기초이고 필수다. 또한 기업경영 소득 중 기업의 몫이 점점 높아지고 가계소득이 계속 낮아지는 양극화와 소득분배의 불공평도 포용적 성장 측면에서 시정돼야 한다.
새 정부는 전임 정부와 같이 추경 등으로 돈을 풀기보다 규제 완화 등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활력을 북돋우는 정책으로 민간의 투자와 소비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래야 경제가 선순환하면서 성장하고 일자리와 가계소득·복지에 쓸 세수가 늘어난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과중한 경직성, 과다한 비정규직,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 동일노동 간의 임금 격차, 저조한 노동생산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는 실타래같이 얽힌 노동시장 문제를 행정력 개입이나 노사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려면 경제주체의 협력이 전제조건이고 특히 대기업과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노사가 제 몫을 양보하는 노사 대타협이 선결과제다. 정부는 노사합의로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한 네덜란드의 ‘바세나르협약’과 독일의 ‘하르츠개혁’을 타산지석으로 삼기 바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