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2030년 월드컵 동북아 공동개최에 탄력이 붙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월드컵 개최 의사를 표명하면서 향후 양국의 협상에 따라 공동개최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끝난 20세 이하(U-20) 월드컵 참관차 한국을 방문했던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 14일에는 중국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을 예방했다. FIFA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인판티노 회장과 1시간가량 면담하며 축구발전을 위한 중국의 비전을 상세히 설명했다. 언젠가 월드컵을 유치하는 것이 시 주석과 중국인의 꿈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시 주석은 ‘축구굴기’를 표방하며 자국 축구 인프라의 대대적인 개선을 독려하고 있다. 이미 부주석 시절이던 2011년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대회 유치, 월드컵 우승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중국축구협회는 2030년 월드컵 유치 의향을 지난해 밝혔는데 시 주석이 이에 대한 의지를 이날 FIFA에 분명하게 전한 셈이다.
앞선 12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인판티노 회장을 만나 2002년 월드컵의 한일 공동개최 경험과 과거 축구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했던 점 등을 거론하며 동북아 공동개최안을 전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보다 앞서 남북과 중국·일본이 참여하는 공동개최를 추진하고 있었다.
인판티노 회장이 시 주석에게 문 대통령의 공동개최안을 전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은 그동안 월드컵 개최 의지를 밝히면서 한 번도 공동개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32개국 체제였던 월드컵이 2026년부터 48개국으로 확대돼 경기 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공동개최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FIFA도 공동개최를 장려하는 가운데 2026년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개최를 추진 중이다. 결국 2030년 대회의 공동개최 여부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이 서로 입장 차를 얼마나 좁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개최 능력이 어느 나라보다 높다고 자부하는 중국이 단독개최를 밀어붙일 경우 공동개최는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중국 언론들은 중국의 2022년 월드컵 개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22년 대회 개최지는 카타르로 확정된 지 오래다. 그러나 카타르가 최근 단교 사태로 월드컵 정상 개최에 의심을 받고 있어 FIFA가 대안을 찾아야 할 경우 중국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이 2022년 대회 개최권을 따낼 경우 FIFA의 대륙별 순환 원칙에 따라 2030년 동북아 개최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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