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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 이대 총장 "여성공학자, 4차 산업혁명 주역으로 키우겠다"

바이오의학·로봇·IT 접목 등

'엘텍공대'로 기술교육 새 지평

기술해독력 없인 2등 시민 전락

인문학도에도 코딩 가르칠 것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권욱기자




“여성들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도록 배움의 터를 일구겠습니다.”

김혜숙(63·사진) 신임 이화여대 총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차세대 기술교육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김 총장은 지난달 30일 취임사에 이어 이번 인터뷰에서도 “엘텍공대의 성공은 현시점에서 이화여대의 최대 현안”이라며 “이화여대 학생들이 기술과 의료 분야에서 선두를 달려 국내 어느 대학도 시도해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엘텍공대는 이화여대가 올해부터 기존의 7개 모집단위의 공과대학을 휴먼기계바이오·소프트웨어·차세대기술공학·미래사회공학부 등 4개 학부로 확대 개편한 공과대학이다. 김 총장은 “기술이 하루아침에 실업자를 양산하는 세상”이라며 “여성들에게 고도의 기술교육 기회를 줘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엘텍공대의 첫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국정농단 사태로 홍역을 앓은 이화여대 학생들 중 일부는 박근혜 정부 ‘프라임사업’의 산물인 엘텍공대를 곱게 보지 않았다. 기존의 공과대학 교수들도 총장 선거 당시 후보였던 김 총장과 만나 “학제의 이름이 불분명하고 생소한데 독립된 학문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겠느냐”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컴퓨터 영상과 텍스트 사이의 인지론적 차이를 꾸준히 연구해온 김 총장은 “공학 과목들도 서로의 언어와 시스템을 이해하지 않으면 점점 더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융합 과목들에 기대를 걸어보자”고 공과대학 교수들을 설득했다. 특히 휴먼기계바이오학부의 융합기계공학·의생명공학·바이오데이터공학 트랙은 기존의 바이오의학 산업과 로봇·정보기술(IT)을 접목한 이대의 획기적 실험이었다. 김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는데 말만 해서는 발 빠르게 준비할 수 없다”며 “여성들만의 감수성과 관심사로 만들어낼 수 있는 독자적 기술연구를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얼리 어답터’ 같지만 김 총장은 “나도 기술에 능숙한 편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얼마 전 압력밥솥을 교체했더니 밥솥에서 ‘밥이 다 됐습니다’라는 말이 나와 소스라치게 놀랐을 정도”라며 “스마트폰도 새 사용법을 다시 익힐 것이 머리 아파 같은 것을 4년씩 쓴다”며 웃었다.

그런 그가 여성들의 기술 보급에 관심을 갖고 기술교육을 따로 공부한 것은 ‘여성들이 기술을 선점하지 않으면 2등 시민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김 총장은 10년 전 미국의 한 대학병원을 방문했다가 컴퓨터 데이터 기반의 간호는 남성 간호사가, 허드렛일은 여성 간호사가 맡는 모습을 목격했다. 김 총장은 “여성들에게 기술을 제대로 전수하고 가르치지 않으면 계속해서 2등 시민이 될 수밖에 없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그 기억이 오래도록 남아 여성들의 기술교육에 대한 소신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앞으로도 자연·물리학 분야의 연구를 강화하고 인문학도들에게도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등 기본적인 기술 해독력을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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