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사망한 고(故)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 사인이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됐다.
서울대병원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씨는 지난 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1차 민중 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 지난해 9월25일 사망했다. 당시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백씨의 사인을 병사로 기록해 유족과 시민단체는 물론 서울대 의대 재학생 및 동문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사망자의 사인이 바뀌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일부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새 정부가 들어서자 정부의 눈치를 보고 사망진단서를 수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사망진단서가 수정된 것은 병원 설립 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새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취해진 것은 아니며 상심이 컸을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백씨의 딸 백도라지씨는 “이제라도 사인이 수정돼 다행이지만 책임 있는 경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백씨 사망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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