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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해남 숭어·산청 은어·고창 풍천장어 밥상 소개





15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바다가 낳고 강이 품다 - 금의환향 어류밥상’ 편이 전파를 탄다.

▲ 보리 필 무렵, 임하도에는 숭어가 돌아온다 - 해남 숭어

보리가 알차게 속을 채우는 6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 시기에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있다. 바로 보리 숭어다. 흐르는 세월보다 더 빠르게 변하는 것이 지형과 환경이지만, 고맙고 기특하게도 숭어는 항상 같은 자리로 정확히 되돌아온다. 해남 임하도에서 태어나 자란 이수철 씨는 요즘 보리 숭어를 잡느라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주로 연안에 서식하나 강 하구나 민물에도 들어가는 왕복성 어류인 숭어는 이수철 씨의 아버지, 할아버지 때부터 매번 임하도 앞바다로 돌아왔다.

오늘 수철 씨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숭어 몇 마리를 숙모님께 선물했다. 숙모 이옥임 씨와 옥임 씨의 동서 박정심 씨는 오랜만에 팔을 걷어 부치고 솜씨를 발휘한다. 80cm 이상 자라는 큰 물고기 숭어. 숭어는 배고픈 시절 가족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귀하고 고마운 식재료였다. 깨끗이 손질한 숭어 몇 마리를 하루정도 바닷바람에 꾸덕꾸덕하게 말려낸 말린 숭어는 임하도 사람들에게 언제나 푸짐한 밥상을 만들어주던 고마운 존재였다. 풍성한 한상에 뜨거운 가족애가 숭어 맛에 스며들었다. 마을 앞바다에 숭어가 뛰어다니는 계절, 정성을 담은 숭어요리는 서로 나누고 웃게 하는 행복이다.

▲ 경호강을 은빛으로 물들이다 - 산청 은어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물 좋고 산 좋은 경남 산청. 이맘때면 강태공들이 가슴을 설레며 기다리는 녀석들이 있다. 바로 은어이다. 은어는 어릴 때는 바다에 살다가 봄부터 강에 올라와 사는 회류성 물고기이다. 이곳 경호강에서 사는 은어들은 일반 은어들과 달리 약간 특별한 구석이 있다. 바로 댐에 박혀버려 바다에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댐이 건설되기 전 바다에서 낙동강을 타고 올라오던 지금은 결국 바다가 아닌 호수에 스스로를 적응시키며 운명을 바꿔 ‘육봉은어(陸封銀魚)’가 되었다.

하지만 경호 강에서 풍부한 이끼를 먹고 자란 덕에 진한 수박 향을 자랑하며 그 맛은 더 좋다고 한다. 경호강의 이름난 낚시꾼 김태화 씨는 오늘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은어 밥상을 차렸다. 머리부터 꼬리며 내장까지 버릴게 없다는 은어. 그중 태화 씨가 적극 추천하는 것은 바로 은어 소금 숯불구이라고. 또 은어를 통째로 솥에 넣어 밥을 하는 은어 밥, 간장과 고춧가루 양념으로 맛을 낸 은어조림, 바삭바삭한 식감의 은어 튀김과 즉석에서 바로잡은 은어를 썰어먹는 은어 회까지. 경호강 은어들의 강인한 생명이 선사해준 밥상을 입이 아닌 가슴으로 느껴보자.

▲ 4000km의 모진 여정 - 민물 장어



민물에서 길게는 12년까지 살다가 먼 필리핀 해역에서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하는 민물 장어. 그 어린 새끼들은 다시 먼 바다를 건너 어미가 살았던 고향강가로 돌아온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지역이 장어에게는 최고의 삶의 터전이 된다는데. 장어가 계곡의 정상을 향해가는 여정에서 휴식을 취할 때, 광양읍에 사는 마을 남자들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바로 장어를 잡기 위해서이다.

올해로 40년째 민물 장어를 잡아온 박성모 씨.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다녔던 민물장어 낚시를 이제는 막역한 사이인 마을 선후배들과 함께 하고 있다. 박성모 씨가 장어를 잡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돌 틈이나 석층 밑, 낙수가 떨어지는 곳 등 장어가 좋아하는 장소를 파악하고, 직접 만든 대나무 낚싯대로 장어를 잡는다. 욕심을 버리고 먹을 만큼만 잡는 것이 박성모 씨 장어 잡이 제 1의 원칙이라는데. 양식된 장어와 달리 배 쪽에 노란 빛깔을 띄우는 것이 민물장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 바다를 거슬러 어미의 강을 찾아오는 장어의 긴 여정. 그 위대한 본능이 만들어낸 맛은 세상 그 어떤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 바람이 만들어낸 찰진 맛 - 고창 풍천장어

풍천장어의 고장, 고창. 고창은 대한민국 장어 생산량의 1/3 이상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러한 비결은 땅의 풍수를 거스르는 인천 강에 있다. 인천 강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강이 흐르는데, 이러한 지형을 가진 곳은 고창이 대한민국에서 유일하다. 자연산이 거의 사라진 요즘, 인력으로 키워낸 장어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밥상에 오르고 있다. 장어 키우는 사람들답게, 각자 집안에서 먹는 대표적인 장어요리가 하나쯤은 있다는데.

기름이 많은 장어를 쌀뜨물에 담가 삶은 후 양념장을 만들어 쪄낸 장어 찜은 표영숙 씨가 가장 자신 있게 선보인 음식이다. 객지에 나간 자식들이 돌아오면 항상 장어 찜을 찾는다고. 문명숙씨는 한 시간 이상 장어를 푹 고아 살을 발라내고 뼈와 머리를 곱게 갈아 굳혀서 만들어낸 장어 묵을 선보였다. 이를 물에 풀어 끓여낸 장어탕은 가족들이 더운 여름을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또 장어를 끓인 뒤 차갑게 굳혀 회처럼 썰어먹는 장어 냉채까지. 고단함을 내려놓고 오늘에서야 땀 흘리며 키워온 소중한 장어밥상을 맛본다. 그 정성을 가득담은 밥상을 들여다본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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