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약을 실천하려면 2017년 현재 6,47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매년 15.7%씩 올려야 한다. 지난 1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 마련에 착수했지만 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소상공인들이 도산할 수 있다며 중소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15일 열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민주노총·한국노총 등의 노동계와 사용자 측도 앞으로 심의에서 인상폭을 놓고 격론을 벌일 전망이다. 1만원 인상 찬성 측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의 원인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으며 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가처분소득이 늘면 수요가 확대돼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생산성 향상 없는 급격한 임금 상승으로 소상공인의 폐업이 잇따를 수밖에 없고 결국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저임금 인상은 일차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빈곤 탈출에 도움을 주고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의 기반을 제공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빈곤층은 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이 늘면 그에 따른 지출은 다른 계층보다 많이 늘어난다. 국민소득 증대나 경제성장 기여도가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이 생활임금 수준까지 인상된다면 빈곤층에 대한 정부의 복지지출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그만큼 경감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나 물가 상승을 야기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은 미시적으로 보면 해당 산업의 고용을 감소시키지만 거시적으로는 국민경제의 지출을 증대시키고 생산과 고용을 늘리게 된다. 지난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국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논문들에 대한 메타 분석 결과를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가령 18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분석한 77편의 논문에서는 ‘영향 없음’으로, 10개 신흥국을 다룬 74편의 논문에서는 ‘거의 영향 없음’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용에 플러스 효과가 있다는 연구나 ‘최저임금이 1% 오르면 고용이 0.14% 준다’는 상반된 연구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인 결론은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영향이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미미하다는 사실을 기존의 연구들이 밝히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는 연구라도 최저임금 10% 인상시 물가상승률이 0.4%를 초과한다는 연구 결과는 거의 없다.
요컨대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고용 감소나 물가 상승 등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다. 최근 범세계적으로 각국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주요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가 오는 2022년까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는 등 주마다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2016년 최저임금을 넘어선 국민적 ‘생활임금’을 시행하고 2020년까지 9파운드로 인상하기로 했다. 그동안 최저임금제가 없던 독일도 2015년 법제화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적용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절대적 수준에서도 하위권에 속하고 평균임금이나 중위임금 대비 상대적 수준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최저임금제를 가진 OECD 26개국 가운데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19위,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18위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핵심 정책과제로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사안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시간당 6,470원인 현행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은 5대 정당 후보 모두가 내건 공통의 공약이기도 했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의 목표는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다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강구할 필요는 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매년 16%씩 인상해야 하는데 이는 지난 15년간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인 8.6%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최저임금 일자리가 밀집된 숙박음식업 등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단기적인 저임금 일자리 지원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양산하는 현재의 경제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또 최저임금 미준수 업체들에 대해 독일과 같이 엄정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경제계나 경제학자들은 흔히 자신들의 경제논리가 모든 정책 결정에서 우선시돼야 하는 최고의 기준인 줄 알지만 이는 편견이다. 최저임금 결정은 경제정책적 평가에 앞서 사회정책적 고려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자들을 향해 “지금의 최저임금으로 당신이 한번 살아보시오”라고 일갈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