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민주주의라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그리고 경제민주주의 실현 방법론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양극화 해소가 첫손에 꼽히고 있다. 그런데 정작 경제민주주의의 커다란 한 축인 동반성장에 대한 얘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부의 대표적 부처는 공정거래위원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법률에 기초해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준사법기관이다. 즉 법률 집행을 통한 경제민주주의의 강제적 확립이다. 반면 동반성장은 경제주체 간의 갈등을 민간의 합의를 통해 해결하고 같이 ‘윈윈’ 하자는 개념이다. 보다 발전된 생각이자 지금의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가치다.
동반성장이 필요한 곳은 도처에 널려 있다. 우선 고용 문제만 봐도 그렇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만 해도 공기업은 정부가 대주주여서 그런지 별말이 없지만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
최저임금을 가지고도 재계·노동계·정부·노동자 모두 생각이 다르다. 중소기업은 더욱 다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말할 것도 없는 심각한 갈등이 존재한다. 조금 큰 중소기업과 작은 중소기업 간에도 갈등이 있고 착취가 있다.
정부 지원 연구개발(R&D) 사업이나 정부조달에서도 갈등이 존재한다. 막상 개별주체를 보면 각자의 주장에 일리가 있고 그 지향하는 바가 잘 되자는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모든 주체 간의 갈등이고 제 잇속 챙기기처럼 보이는 것이 우리의 갑갑한 현실이다.
동반성장은 분출하는 갈등을 다잡아야 하는 우리 사회의 요청이자 꼭 이룩해내야 하는 과제이다. 동반성장의 핵심은 신뢰·타협·양보를 통한 서로가 잘되기이다. 동반성장이라는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지난 2010년에 만들어진 기구가 민간중심의 동반성장위원회다. 그런데 동반성장위원회가 존재감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일부에서는 무용론까지 거론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원회는 없어져서는 안 된다. 그 역할을 잘하지 못했다 해서 가치 지향적인 기구를 없애는 것은 세월호 사건 때 해양경찰청을 없애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필요한 가치는 그 가치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
동반성장이라는 거대 담론을 중소기업적합업종과 동반성장지수의 테두리에 묶어 둔 것은 실책이다. 적합업종과 동반성장지수는 아무리 잘해도 어느 한쪽은 만족할 수 없는 주제라서 진정한 동반성장의 주제가 될 수 없다. 동반위는 그 시대적 사명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따지고 보면 동반위는 참여연대 같은 민간단체인데 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정착시키고자 왜 그들처럼 움직이지 않았는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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