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관련해 일정 매출이 안 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2년간 단속처벌을 융통성 있게 하는 방안을 밝힌 것은 자칫 소득주도 성장 효과보다 오히려 일자리 감소 우려가 있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공약대로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이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일부 공기업과 대기업 등 여건이 좋은 곳을 대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동 이슈가 중요한데 재정 문제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저항도 심하다. 어떻게 풀 것인가.
△‘작은 정부 큰 시장’에 집착하다 국민 생활과 안전·복지·서비스에 구멍이 뚫렸다.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7%인데 우리는 8.9%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IMF를 거치며 인건비 절감 목적으로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인천공항공사처럼 순이익이 많이 나면서 평균 130만원 주는 비정규직을 많이 쓰는 곳은 바뀌어야 한다. 중간 위탁사만 배 불린다. 다만 지금은 ‘동일임금 동일노동’ 같은 고상한 소리만 할 게 아니라 국가경영과 공기업의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모범고용주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민간 적용도 유도해야 한다.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에 대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반발에다 일자리 감소 우려도 적지 않은데.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소비→투자→일자리라는 소득주도 성장에 필수다. 무리가 가더라도 끌고 가야 따라온다. 여력이 충분한 기업들조차 전부 죽는 소리를 한다. 일단 시행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4조원을 들여 복지카드를 지역화폐로 만들고 수수료 인하와 부가세 경감, 고용보험 확대 등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수용할 수 있는 부분부터 먼저 하고 일정 매출, 사실상 근로감독권 발동이 어려운 곳은 늦게 따라오게 하는 수밖에 없다.
-2020년까지는 무리라는 얘긴가.
△원칙은 일단 하되 융통성 있게 한다. 2년 정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 대한 시행은 (단속처벌을) 유예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비정규직 형태도 다양하고 노노갈등 요인도 있고 공공기관 수준도 다르다. 시행 기준과 적용 시기는.
△격차가 너무 큰데 모든 기업의 정규직화를 동일한 잣대로 적용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여건에 따라 완전 정규직화도 있고 직접고용, 무기계약직화도 있다. 기업 상황과 수익 여건에 따라 노사협약으로 해야 한다. 공공에서 임기 중 먼저 하면 유통 등 비정규직 문제가 많은 대기업에서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중기는 여러 가지 따져봐야 한다.
-공무원 추가고용 17만명 외에 34만개 사회서비스 일자리와 30만개 근로시간단축 부분은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다.
△명확하지 않은 게 매력이다.(웃음) 17만명(소방관·사회복지전담공무원·교사·경찰관·부사관·근로감독관)은 사무직은 없고 안전·치안·복지서비스 분야다. 34만개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국비와 시도 예산 매칭펀드로 장애인복지회관·노인복지관·장기요양보험센터 등을 할 때 골치가 아프니 민간위탁하는 것을 국공립화에 나서 민간위탁을 흡수하자는 것이다. 저소득층 밀집지나 신설도시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세우면 좋은 일자리가 생기지 않나. 현재 사회복지사는 150만원도 못 받고 자살률도 높은데 여력이 좋은 자치단체부터 사회보육·요양·장애인복지·공공의료 등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설립에 나서야 한다. 30만개는 근로시간 단축과 공공 부문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등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민간 활성화가 필요하다. 추경도 중요하고.
△고용 없는 저성장이 고착화됐는데 경제·사회정책 전반에 걸쳐 고용유발 효과를 따질 생각이다. 정책 우선순위를 일자리 창출에 두고 연구개발(R&D) 예산 배분도 일자리 창출 기업에 우선 줄 것이다. 공공구매조달에서도 마찬가지다. 추경 11조2,000억원도 중기 3명 채용시 1명을 3년간 전액 보조해 3교대 시스템에서 학습이 이뤄지도록 한다든지 중기 혁신투자 지원, 서비스산업 활성화, 벤처창업 등에 지원한다.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일자리 비중 90%인 중소기업 살리기가 핵심인데.
△상생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엄격히 규제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업종별 조합에 협상권을 줘야 한다. 중기적합업종 확대나 전통시장 1㎞ 이내 복합쇼핑몰을 못 들어오게 하는 것도 철저히 해야 한다.
-“재벌은 노쇠했다”고 얘기했다. 개혁 복안은.
△대기업 의사결정 구조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자는 것이다. 구글·애플·인텔·MS·아마존도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업종을 해도 집단지성을 발휘해 경쟁력을 키운다. 재벌 오너가 소수 지분을 갖고 불합리한 지배구조로 의사결정을 하면 못 버틴다.
-인력 빼가기도 문제다. 단계적 이적료 지불시스템은 어떤가.
△현재도 벤처기업이 고발하면 언더머니가 오가기도 하는데 직업선택의 자유를 해친다고도 하고 제도화 노력은 아주 힘들다. 기술탈취와 사람 빼가기를 막으려면 제값 받고 거래되는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M&A 시장의 진입규제를 풀어야 한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창업생태계가 중요하다.
-금융혁신도 필요하다.
△금융이 예대마진 수익에 의존해서는 힘들다. 유능한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돈을 버는 인큐베이팅금융이 일반화돼야 창업 열풍도 일어난다. 핀테크나 인터넷 금융이 활발해져야 한다. 규제도 풀고 몰아붙이면 바뀔 것이다. KT나 카카오가 인터넷은행 제대로 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려고 한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빨리 시행하는 것이 좋지만 종교인은 사회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는데 탈세범으로 모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납세 마찰 갈등을 최소화하게 상세 납부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5G(5세대) 투자도 해야 하는데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문제도 논란이다.
△통신사가 막대한 수익을 올렸는데 늘 같은 소리를 한다. 감가상각이 끝나는 2G와 3G는 큰 저항 없이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4G 사용자는 어떻게 되느냐는 지적이 있다. 그래서 기본료 폐지는 지난 정부처럼 30~50% 내리는 방법이 또 다른 접근 방식이 될 수 있다. 알뜰폰을 많이 보급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국민들이 대개 2년마다 휴대폰을 바꾸는데 할부금을 항상 물어야 하는 것을 고치는 것도 중요한데 쉽지 않다.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제가 주도하고 손학규 경기지사가 거든 파주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상하이에 가기로 했는데 막판에 뒤집었다. 수도권 아니면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첨단기업이라면 지방의 우려를 감안해 모든 주체가 모인 위원회에서 건건이 판단하고 허가한다면 전 부처가 협의해 규제를 없애줘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해결에 돈을 쏟아붓는데 효과가 미진하다.
△컨트롤타워를 운영해야 하는데 누가 하느냐를 놓고 협의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할거냐, 청와대에 전담 차관급을 둘 거냐 고민하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베이비넷 같은 거 만들어 맞춤형 정보를 주고 공무원도 연결하고 이용이 잘 이뤄지는지 사후관리해야 한다.
-북방경제를 개척해야 성장의 활로가 뚫리는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중·러 동북아 협력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북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계속 도발하니 말을 못해 갑갑하다.
-재정 안정과 형평성 강화를 위한 조세체제 개편은.
△내년도 예산안까지는 큰 규모의 조세개편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세입 예산을 너무 보수적으로 편성해 각각 10조원씩 더 들어온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을 봐가며 수요에 맞춰 이르면 내년 말 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경제민주화 공약인 범부처 을지로위원회의 출범 얘기가 없다.
△그런 기능을 하는 기관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있다. 하지만 공정위에 대한 인식은 재벌 편이다. 그래서 백 없는 사람들이 권익위로 가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실효성이 없다. 범부처 을지로위는 아니지만 공정위와 권익위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게 하고 다른 기관과도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을지로위는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 만든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적폐청산을 위한 적폐청산위원회도 말이 없다.
△위원회보다 할 만한 사람을 빨리 임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부처에서 하는 것으로 방향은 이미 다 정해졌다. 위원회를 따로 만들면 속도만 늦어진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늦춰지고 있다. 권한과 출범시기는.
△8월 정도면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권한이 세지는데 4차산업혁명위는 지난 10년간 각 부처에서 R&D 등 각자 나눠서 하던 일을 효과적으로 잘라주고 옮겨주는 일을 추진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이 사회·경제 전체를 바꾸는 일이니 ‘우버’에서 보듯이 전통산업과의 충돌과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위원회는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 관계부처 장관과 같이 갈등 해결에 나서야 한다. 신산업은 네거티브 규제를 하고 기존 산업은 사회적 타협이 원칙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류호기자 kbgo@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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