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과열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서울 강남 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에서는 매매 거래가 끊기며 수개월간 계속됐던 열기가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부동산 투기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선전포고와 함께 규제정책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자 매수자들이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주인들이 집값을 크게 떨어뜨리지는 않아 호가가 소폭 하락에 그친 가운데 매수세와의 신경전이 연출되고 있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 과열의 진원지였던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가격이 지금까지 수개월간 계속된 고공행진에서 다소 벗어나는 모습이다. 일부 매물의 호가는 1,000만~2,000만원가량 떨어졌다. 개포주공 1·4단지 일대 공인중개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며 매물을 거둬들였던 매도자 중 일부가 이번주 들어 가격을 낮춰 다시 내놓고 있다.
개포 4단지의 A공인중개업소는 “정부 정책이 예고된데다 중개업소 단속까지 진행되니 거래는 사실상 중단됐다”면서 “한 달 전 9억2,000만원까지 올랐던 개포 4단지 전용 35㎡의 경우 최근 가격을 1,000만~2,000만원 낮춘 매물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1주일간 가격이 수천만원 떨어졌다는 얘기는 일부 특수한 경우”라고 했다. 개포 1단지 인근의 B공인중개업소는 “재건축이 원활하게 진행돼 가격을 낮추지 않으려는 매도자와 정부 규제가 예고돼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고 보는 매수자 간 시각차가 워낙 크다”면서 “양측 간의 눈치싸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동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강동구 둔촌동의 C공인중개업소는 “둔촌주공은 최근 500만~2,000만원가량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다”면서 “정부가 조합원 지위 양도까지 금지한다는 보도 등이 나오니 대책이 나오기 전 매물을 정리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송파 재건축의 ‘대장주’로 꼽히는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관망세는 짙어진 형국이다. 매도자들은 가격을 내리지 않는 반면 매수자들의 관망 추세는 더해 가격 하락 전망도 나온다. 잠실동 D공인중개업소는 “조합이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잘못된 소식을 알린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일대 매수자들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면서 “재건축 호재도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안은 12일 열린 서울시 도계위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다만 서초구 반포동은 정부 정책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반포동의 F공인중개사는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전용 72㎡는 지난주와 같은 16억5,000만원”이라면서 “반포 1단지의 경우 매수자는 많은 반면 매도자가 여전히 적어 정부에서 규제한다고 해도 별다른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강남 재건축은 당분간 시장의 관망세 속에 가격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정책을 내놓더라도 일정 기간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지며 호가가 조금씩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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