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인남녀 미혼자들의 싱글 라이프를 비롯해 40~50대 싱글 남성의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미혼, 비혼, 이혼 등의 이유로 혼자 사는 40·50대 남성이 증가하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계에서는 자신의 삶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가꾸는 이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유통계의 큰 손으로 떠오른 ‘4050 아재들의 일코노미(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의 합성어)’에 대해 이들 세대만의 특성, 소비 행태, 유통업체 동향 등을 총 3편에 걸쳐 조명한다.
(전편 바로보기▶①‘혼자서도 잘 써요’ 아재슈머가 떴다
②‘쓸땐 확실하게 쓴다’ 자기투자에 과감한 아재들)
자신의 외모나 취미 생활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40·50대 꽃중년 아재들. 트렌드에 민감한 주요 백화점 업계에선 이들의 관심사와 씀씀이에 맞춰 남성 전용관을 열었다. 이렇듯 ‘아재 고객’이 유통계의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면서 식음료 유통업계에서도 아재 고객 잡기에 나섰다.
◇아재들도 ‘모바일 쇼핑’한다
NH투자증권의 2017년 소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40·50대 아재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유통 채널로 ‘온라인’이 꼽혔다.
지난해 BC카드가 40·50대의 온라인을 통한 소비 패턴을 조사한 결과 오픈마켓이나 할인점보다는 백화점이나 홈쇼핑 계열의 온라인 쇼핑몰을 더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매력이 높은 40~50대 중년 남성들이 브랜드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소셜 커머스, 오픈마켓 쇼핑몰 관계자에 따르면 연령별 방문자의 경우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의 경우 20·30대가 높고 홈쇼핑, 백화점몰은 40·50대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40·50대 아재들은 자기 투자에 관대하고 브랜드 상품을 선호하면서도 일상 생활 소비에 있어서는 가격에 민감하며 가성비를 중시한다. 주1회 온라인 쇼핑을 즐긴다는 직장인 박태형(51)씨는 “외모를 가꾸거나 취미생활을 위한 아이템은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구매하지만 일상 생활을 위한 식료품이나 필수재는 같은 상품이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저렴한 온라인몰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40·50대 남성 고객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은 소형 가전을 비롯해 식품, 생활용품 순”이라며 “특히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절차적 복잡성을 싫어하는 중년 남성 고객들이 간편하고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편의점·카페의 매출 공신 ‘40·50대 아재들’
20·30대 젊은 세대들이 주 고객이었던 편의점·카페에서도 아재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혼자 사는 40·50대 중년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간편하고 손쉽게 생활 전반의 필수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으로 향한 것이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을 분석한 결과 40·50대 매출 비중이 전체의 28.8%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치이며 40·50대 고객 1인당 최소 구매가격에서도 1만원대가 넘어 20·30대 젊은 층(7,000원선)보다 25%정도 높았다. 특히 가장 눈에 띈 항목은 도시락이다. 편의점 도시락의 주이용층인 20대, 30대의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이 각각 195.3%, 187.7%으로 크게 오른 가운데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이보다 더 높은 235.2%를 기록했다. ‘편의점 도시락=20·30대 1인가구’의 공식이 점차 아재들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CU 관계자는 “국내 편의점 도입 초기 당시에 20대였던 고객들이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편의점 이용 연령이 넓어졌다”며 “특히 최근에 중년 남성들의 1인가구 비중이 높다보니 이들의 입맛에 맞춘 한식류 도시락을 확대했으며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반찬류 개발도 확대중이다”고 말했다.
믹스커피를 타먹던 아재는 이제 과거 이야기다. 최근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카드 이용자 중 ‘카페’ 결제 건당 금액이 가장 높은 세대는 40·50대 남성이었다. 결제 금액을 가장 많이 지불한 연령층은 50대 남성 1만 1,661원이었으며 40대(8,807원), 30대(7,869원), 20대(6,782원) 순이었다.
특히 40대 이상에서 커피이용은 남성비중이 더 높았다. 직장인들이 많은 서울 종로의 한 커피숍 매니저는 “전체 매출의 80% 가까이가 40·50대 남성들”이라며 “요즘엔 개인 가정에 커피머신이 많다보니 퇴근 시간이 되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원두를 사가는 중년 남성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4050 중년 남성들, ‘필수재’에 소비
그렇다면 우리나라보다 수년 더 앞서 인구 고령화·1인 가족화 등 사회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는 일본의 40·50대 중년 남성들은 어떨까. 자기 자신을 가꾸는데 지갑을 여는 한국의 40·50대 아재와 달리 일본의 40·50대 아재들은 신선식품, 의류 신발 등 필수재에 주로 소비했다.
지난해 일본 가계의 지출 동향을 살펴보면 40대 소비자들의 경우 식료품·주거비·교통비 지출 비중이 상승한 반면, 의류신발·기타소비(즉 재량적 소비) 지출 비중이 하락했다. 특히 브랜드 고가품에도 적극 소비하는 한국의 아재들과 달리 일본 아재들은 일명 가성비 좋은 의류, 가구를 선호했다.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은 SPA 브랜드 상품이나 자체브랜드(PB)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외식 산업에 있어서도 100엔 스시점, 300백엔 규돈 전문점 등 저가형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앞서서 1인 가구화 등 인구 구조 변화와 장기적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안정적인 소비 주체인 중년들의 가격 민감도가 커졌으며 이에 따라 실속형 소비 성향을 갖게 됐다”며 “우리나라도 최근 중년층의 1인 가구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취미나 자기계발에는 지갑을 여는 반면 일상적 소비에 있어서는 모바일을 통한 가격 비교 등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이중적 소비패턴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가람기자·성윤지인턴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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