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러시아의 노드스트림2 가스관을 표적으로 삼은 대러 신규 제재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부 장관과 크리스티안 케른 오스트리아 총리는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유럽 에너지 공급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유럽 기업에 대한 불법적인 역외 적용 제재 위협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들은 이번 제재안이 “미국과 유럽 관계에서 또 하나의 부정적인 성질의 것”이라며 “유럽의 에너지 공급은 미국이 아닌 유럽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날 미 상원은 러시아에 대한 기존 제재를 강화하고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노드스트림2 사업을 지원하는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새 제재법안을 찬성 97표, 반대 2표로 승인했다. 새 제재안은 하원에서도 통과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럽, 왜 러 제재 반대 나섰나
노드스트림2 가스관 포함
자국 에너지 안보에 위협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대러 제재안에 반발하고 나서 것은 이것이 자국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재안의 표적이 된 노드스트림2 가스관은 러시아 비보르크에서 출발해 발트해 해저를 지나 독일까지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으로 유럽 에너지 기업인 쉘과 엔지·OMV 등의 투자를 받아 설치됐다. 이 때문에 독일과 오스트리아 정부는 에너지 수급을 고려해 대러 제재안에 노드스트림2를 포함하지 않는 방향을 고집해왔다. 그러나 미 상원이 관행처럼 손대지 않았던 노드스트림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하자 격앙된 반응이 나온 것이다.
FT는 이 같은 상황이 그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주도 아래 유지돼온 러시아 제재에 대한 유럽과 미국 간 민감한 합의를 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금이 가기 시작한 독일과 미국의 관계가 더욱 꼬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이 미국과의 교역으로 막대한 흑자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해온 만큼 유럽에서는 미국이 자국 천연가스를 현재보다 더 많이 수출하기 위한 정치적 판단을 근거로 러시아 신규 제재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메르켈 총리가 그간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유럽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해 노드스트림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왔다는 점에서 미 의회의 신규 제재안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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