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문제는 이날 함께 발표한 201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잣대도 돌연 달라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경영평가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가산점을 빼고 점수를 매겼다. 다시 말해 성과연봉제 폐지를 소급 적용한 것이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경영실적의 공과를 따지는 것임에도 불과 1개월 전 출범한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뒤늦게 끼워 맞춘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공기관 평가가 무슨 장난도 아니고 시험을 이미 치른 다음에 채점 기준이 바뀌었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경영성과를 인사와 성과급에 반영함으로써 경영 효율성과 공공 서비스 증진을 유도한다는 제도 취지가 무색하기만 하다. 공공기관 사이에서는 평가의 신뢰성 자체에 의문을 표시하는 모양이다.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이번 평가에서 되레 불이익을 받았다는 뒷말도 나온다.
역대 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 이런저런 경영지표를 들이대기는 했으나 그저 끼워 맞춘 것에 불과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전 정부의 자원외교 부실을 빌미 삼아 대부분의 에너지 공기업에 최하위인 D와 E 등급을 주기도 했다. 이런 식의 고무줄 기준이 반복되는 한 공공기관의 철밥통 관행은 절대로 근절되지 못한다. 외환위기 이후 공공 부문 개혁이 지속됐는데도 ‘신의 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게다. 이럴 바에는 구태여 힘들여 공공기관을 평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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