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쌓인 분노와 스트레스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살인 등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다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행복 지수가 떨어진 가운데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18일 충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피의자 A(55)씨는 지난 16일 오전 인터넷 수리 요청을 받고 자신의 원룸을 찾아온 인터넷 수리기사 B씨(53)를 보자마자 “당신도 갑질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며 공격적인 말을 쏟아냈다. 언성을 높이다 감정이 격해진 A씨는 갑자기 집에 있던 흉기를 들어 B씨를 향해 사정 없이 휘둘렀다.
끔찍한 참변이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몇분에 불과했다. B씨는 원룸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헬기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찔린 상처가 심해 결국 숨졌다. 경찰은 A씨가 평소 인터넷 속도가 느린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가 수리를 위해 찾아온 애먼 B씨에게 화풀이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참변을 당한 B씨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파트타임 일을 하는 아내와 대학생인 두 자녀를 둔 단란한 가정의 가정이자 80대 노모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효자로 알려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씨의 애궂은 화풀이에 4식구의 가장이 생명을 잃은 것이다.
지난 14일 양산경찰서는 아파트 외벽 작업자의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항의하다 밧줄을 끊어 살해한 혐의(살인 및 살인 미수)로 A(41)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8일 오전 8시 13분께 양산시내 한 아파트 옥상 근처 외벽에서 밧줄에 의지한 채 작업을 하던 김모(46) 씨가 켜놓은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화를 낸 후 옥상으로 올라가 준비한 칼로 밧줄을 끊었다.
13층 높이에서 작업하던 김씨는 바닥에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 김 씨는 아내와 고교 2학년생부터 27개월된 아이까지 5남매를 혼자서 책임진 가장이었다. 그는 칠순 노모까지 모시고 부산에 있는 20평짜리 주택에서 전세로 살았다.
올해 1월 서울 송파구에서는 한 60대 남성이 자신을 구박한다며 말다툼을 벌이던 친형을 살해한 뒤 시신을 이불로 싸 장롱에 숨기고 도주했다가 붙잡히는 사건도 있었다. 최근에는 연세대의 대학원생 김모(25)씨가 지도교수와 의견 충돌을 빚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질책을 받자 ‘텀블러 폭탄’을 제조한 뒤 배달해 지도교수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평소 스트레스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못하거나 적절하게 풀지 못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감정이 폭발해 극단적인 범죄를 일으킨다고 본다. 또 분노조절장애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평소 외톨이인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들 평소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해결책을 찾고 불만이 시한폭탄처럼 쌓이지 않도록 해야 이같은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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