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방송되는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택시가 중헌디 - 곡성 관광택시 72시간’ 편이 전파를 탄다.
▲ 곡성에 수상한(?) 택시가 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서정미 넘친다는 섬진강이 흘러 자연풍광이 뛰어난 곡성은 인접한 다른 도시에 비해 개발이 덜 된 곳이다. 하지만 구 곡성역을 중심으로 기차 마을과 세계장미 축제로 관광산업에 발돋움하기 시작했고, 작년에 개봉한 영화 <곡성>이 흥행하면서 사람들의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곡성군은 그 열기에 힘입어 작년 10월 새로운 관광사업을 시행했는데, 바로 3시간에 6만 원의 이용료만 내면 곡성 내 가고 싶은 곳 어디든 데려다준다는 관광택시 사업이다. 택시기사들이 직접 운전하며 문화해설사로도 나서는 이 사업은 관광객의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2016년 10월 첫 운행 후 8개월째인 지금, 182팀 546명 관광객을 달성해 이제는 다른 지역 관광산업의 모티프가 되어가고 있다.
▲ 인생 제2막을 시작한 10명의 관광택시 기사들!
평범하게 택시 운행하던 그들에게 오로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관광택시 사업은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관광택시 기사로 발탁된 10명은 친절 교육, 사진 촬영 교육, 문화 관광 해설 교육 등 약 3개월간의 수련을 거쳤으며, 그 과정에서 생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향심과 더불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겠다는 열정이 있었기에 그 시간을 버텨냈다.
기사 중 최고령자인 심판섭(71)씨는 몇 년 전 암 판정을 받아 현재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오히려 관광객들에게서 활력과 용기를 얻는다고. 힘닿는 데까지 관광택시 기사를 하겠다는 그의 바람에서 삶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관광택시 기사의 홍일점인 박애자(55)씨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관광택시를 ‘일상의 활력소’라고 말하면서 관광객들을 긴장된 마음으로 대한다고 한다. 다른 기사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관광객을 기다릴지, 그들의 72시간을 따라가 보자.
“우리가 관광택시 시작한 지 아직 1년도 안 됐잖아요. 처음이다 보니까 즐거우면서도 긴장이 돼요. 왜냐하면, 우리가 잘 해내야 하잖아요.”
-박애자(55)-
“일반 손님을 모실 땐 시간이 짧잖아요. 그런데 관광택시는 최소 3시간은 하니까 관광객과 가족 같은 기분이 들고 친근함이 더 묻어나죠.”
-고병무(54)-
“제가 지금 건강이 안 좋은 상태인데 관광택시 운행하면서 용기를 많이 얻었습니다. 손님들께서 많은 응원을 주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활동할 수 있는 데까지는 관광택시 기사를 할 겁니다.”
-심판섭(71)-
▲ 관광택시에 현혹된 외지인
관광객에게 곡성 관광택시의 최대 장점은 현지인이 직접 관광지를 해설하고 안내해준다는 점이다. 베스트 드라이버의 핸들링 아래, 관광지의 역사와 유래까지 들을 수 있는 맞춤형 관광은 일상에 지쳐 힐링하러 온 사람들에게 최고의 관광 상품이다. 멀리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김학석(38), 조애란(33) 부부는 책이나 글 등 딱딱한 텍스트가 아닌 현지인의 생생한 목소리와 함께 곡성을 여행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또한, 딸과 딸 친구를 데리고 곡성을 찾은 허주희씨(42)는 장소나 거리 등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최초로 편하게 다닌 여행이라고 전했다. 관광객들에게 관광택시와 함께한 곡성은 어떻게 기억될까.
“곡성에 사신 분이 안내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냥 책만 보고 가면 거기서 끝이잖아요. 근데 이건 어느 계곡이 더 좋고 어디가 더 좋고 어디가 더 맛있고 뭐 어딜 가면 더 좋은 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조애란(33)-
“최초로 가장 편하게 다닌 여행? 왜냐하면, 제가 신경을 하나도 안 써도 되잖아요.”
-허주희 (42)-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설명을 해주시니까 편하고 직접 운전 안 하는 게 어디예요. 이렇게 아이들하고 얘기하면서 여행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장연근(43)-
▲ 택시는 정을 싣고, 사랑을 싣고
예약된 관광객이 없을 때 관광택시 기사는 본 업무인 일반 택시기사로 돌아간다. 옆집 숟가락 개수마저 알 정도로 작은 곡성에서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마을 원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택시. 특히 읍·면 마을 소재지까지 100원, 생활권역까지 1,200원만 지급하면 되는 ‘효도 택시’는 돈 없고 몸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큰 인기다. 그렇기에 이제 택시기사들은 손님의 얼굴만 봐도 알아서 집으로 데려다주고, 장날엔 심부름을 해주며, 밭에서 지은 농작물도 한 아름 얻어오기도 한다. 이렇게 곡성의 택시는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닌 곡성 사람들의 손과 발이자, 말동무이자, 사랑방이자, 부모·형제·친구나 다름없다.
“하여튼 교통수단으로써는 없어선 안 되죠. 택시 없으면 어떡하겠어요. 대중교통이 안 들어오니까 불편하죠. 택시가 들어오니까 참, 더 좋을 수가 없죠.”
-정수기(84)-
“나이 먹은 사람은 짐을 들고 가려 해도 못 들고 가요. 거리가 있어서. 근데 우리 기사님이 협조를 잘해주셔서 편하게 다닙니다.”
-김봉임(76)-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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