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은 2015년 11월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의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청장은 “구체적인 것을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농민회 및 유족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지난 16일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 모두발언에서 백남기 농민과 유족에게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족 측은 이에 대해 경찰이 사과와 관련해 자신들과 접촉해온 적도 없었다며 “진정성 없는 사과”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사과라는 것은 사과받는 사람이 느껴야 하는 것이니 유족 입장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를 발표하게 된 배경에 대해 “10일 6·10 민주항쟁 30주년 행사를 봤고, 전날 경찰청 인권센터에 있는 박종철기념관을 찾아 느낀 소외도 있었다”면서 “시대의 큰 흐름에 맞춰 인권문제에 전향적으로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이 최근 백씨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꾼 것과 관련 이 청장은 “병원에서 의학적으로 판단한 것이니 그에 대해 드릴 말씀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종료 이후 사과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 바뀐 데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전에도 유감 표명은 여러 번 했지만, 유족이 볼 때 와 닿지 않고 진정성이 없어 보였던 것”이라며 “늦은 사과는 인정한다”고 했다.
다만 백씨의 사망이 물대포에 의한 것임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검찰 수사에서 명확하게 돼야 하는데, 일단 서울대병원에서는 그 부분까지 판단하지 않았다”면서 “인과관계가 법적으로 명확히 다뤄지리라 본다”면서 즉답은 피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