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뭐 하나만 걸려보라는 꼬투리 잡기 식으로 지엽적인 것도 양파껍질 벗기듯이 흔적을 캐묻는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부패자본의 흔적도 그런 식으로 캐는 태스크포스(TF)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탈리아 폭력조직인 ‘카모라’에 잠입해 ‘고모라’를 쓴 로베르토 사비아노가 방한했을 때 “한국은 시민의식이 성숙한 곳이지만 대통령이나 고위공무원이 재벌과 얽히는 부정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외국인의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이를 부정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로 역대 어느 정권도 뇌물 스캔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돈을 받는 주체만 바뀌었을 뿐이다. 세상이 변하려면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뇌물 스캔들이 나면 원인을 따지고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다.
세정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때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명단이 공개돼 세상이 떠들썩했는데 과세를 했다거나 처벌받았다는 뉴스는 들은 적이 없다. 사후관리를 안 한 건지 아니면 사실이 아닌 건지 의문이다.
필자가 감사원 재직 시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공적자금 감사에 투입된 적이 있었다. ‘규정 따로 관행 따로’인 금융시스템을 보면서 외환위기가 필연이었다는 생각을 했지만 사후관리 시스템은 더 허술했다.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꼼꼼한 사후관리는 부재했다. 20년이 다 된 지금도 사후관리의 중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요즘 세정 분야에서 자주 회자되는 사건이 회사분할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자 도입한 세금감면 규정이 요즘은 경영권의 편법세습이나 부의 편법증여로 악용되는 느낌이다. 일부 기업은 회사분할을 통해 세금감면 규정을 악용하고자 한다. 거액의 세금을 감면받아야 증세된 액수를 상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나 세정당국은 회사분할을 통한 세금감면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없는지 감면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이를 악용한 기업을 찾아내 과세하는 TF팀을 꾸리는 게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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