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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주말극과 아이돌①] 이준-서주현-다솜의 도전, 通하였느냐

아이돌의 연기 도전을 생소하게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 몇몇 아이돌은 이제 웬만한 신인 배우보다 낫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다. 이와 더불어 아이돌이 도전하는 연기의 영역도 더욱 확장되고 있다. 다시 말해, 아이돌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아이돌 소비 연령층은 주로 10대에서 20대 사이. 이에 따라 그들이 출연하는 작품도 학교생활을 주로 다룬 청소년 드라마나 젊은 시청자들이 많이 찾는 미니시리즈가 대다수였다. 연기에 진출하는 아이돌이 더욱 늘어남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보다 높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는 일일극과 주말극에서도 괄목할만한 활약이 펼쳐지고 있는 것.

이준, 서주현, 다솜/사진=서울경제스타DB




이 같은 현상은 현재 방송 중인 지상파 3사 드라마에서 실감할 수 있다.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주말극에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메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 이전 주말극에서 아이돌이 대가족의 셋째 아들 정도를 연기했던 것과는 분명 다른 모양새다. 드라마의 핵심 인물로서 입체적인 역할을 소화하며 당당히 극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배우는 단연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 출연 중인 이준이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자상한 아버지와 든든한 어머니를 비롯해 4남매가 사는 변 씨 집안에서 벌어지는 감동적이고 코믹한 이야기를 그려낸 가족극. 연일 시청률 30%를 넘기는 등 KBS의 대표 주말극으로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뛰어난 성적을 얻게 된 데 이준이 큰 역할을 했다. 극 중 이준이 맡은 안중희는 데뷔 10년 차 배우로, 자기중심적인데다 까탈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친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남모를 외로움까지 안고 있는 인물.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심경부터 정소민과의 묘한 로맨스까지 섬세한 감정 연기가 요구되는 캐릭터다.

안중희로 분한 이준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무척 호의적이다. 먼저 이준은 30년 만에 만난 아버지를 두고 슬픔과 분노, 애처로움을 드러내며 초반부터 인물에 대한 몰입을 도왔다. 뿐만 아니라, 이복동생으로 알고 있는 정소민에 대해 애정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표출하는 감정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사연 있는 캐릭터로서 감정의 간극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는 것.

극 중 30대를 대표하는 커플이 류수영과 이유리라면 20대 대표 커플의 서사는 이준과 정소민이 만들어냈다. 이준은 풋풋하면서도 아련한 눈빛으로 극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준을 두고 “이제 아이돌이라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연기자라고 이야기해도 가능하다”며 “그만큼 경력이 많이 쌓인 친구다”라고 평할 정도.

다음은 MBC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 에서 활약 중인 서주현이다. ‘도둑놈 도둑님’은 대한민국을 은밀하고 왜곡되게 조종하는 기득권 세력에 치명타를 입히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유쾌 통쾌하게 그린 드라마. 지난주 방송된 11회와 12회 모두 시청률 12%를 넘기는 등 연이어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소녀시대 서현으로 더 알려진 서주현이지만 ‘도둑놈 도둑님’에서 만큼은 다른 배우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연기를 펼쳐내는 중이다. 그가 맡은 강소주는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 형사로, 특출난 재능은 없어도 의협심과 정의감은 강한 ‘걸크러쉬’ 넘치는 역할. 아버지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는 고운 심성을 가진 한편 좋아하는 사람 뒤에서 순수한 눈물을 쏟기도 한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씩씩한 성격의 강소주는 서주현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작품 출연 계기를 밝힌 것처럼, 서주현은 역할에 ‘완벽 빙의’ 했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기 어려웠던 자연스럽고 털털한 모습을 브라운관을 통해 유감없이 드러낸 것. 앞서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일부 있었던 연기력 논란을 착실하게 연기 내공을 쌓으며 극복하고 있다.

드라마 관계자에 따르면 서주현은 유도를 배우고 액션 스쿨도 다니면서 액션신을 준비했다고.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 있는 액션연기부터 리얼하게 만취한 모습을 표현하는 등 망가짐도 불사하는 코믹연기까지 두루 소화해냈다. 두 남자주인공 지현우, 김지훈과 함께 극의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 부족함이 없다.

마지막으로 다솜은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활약 중이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한날한시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잃게 된, 빽 없고 돈 없고 세상에 의지할 데 없는 세 언니의 자립 갱생기를 다룬 드라마. 전작 ‘아내의 유혹’에서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김순옥 작가의 신작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다솜이 맡은 양달희는 빛나는 외모와 타고난 부티로 부잣집 막내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강한 인물. 전혀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등 모든 사건사고의 중심에 서는 악녀다. 신분 조작은 물론이고 원하는 남자를 얻기 위해서 온갖 모략이나 술책도 서슴지 않는다.

사실 다솜이 맡은 양달희는 앞서 언급된 안중희나 강소주와 비교해 많은 분량은 아니다. 그러나 양달희의 손에서 세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엄청난 사고가 벌어진다. 초반 전개가 그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양달희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악행을 저지르는 만큼 다른 인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악녀로서 존재감을 확고히 한다.

다솜은 이준, 서주현과 달리 ‘사랑은 노래를 타고’ ‘별난 며느리’ 등 주말극과 일일극에서 연기 경력을 다졌다.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쌓인 연기 내공은 악녀로서의 활약에 큰 보탬이 됐다. 애잔하고 처연한 모습부터 도도하고 냉혹한 모습까지 입체적인 인물이 가지는 상반된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제 몫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처럼 KBS에서 MBC, SBS까지 주말극에서 아이돌들이 차지하는 위치가 크다. 이제 더 이상 아이돌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연기 도전을 부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더욱 많은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 여느 배우 못지않게 다양한 작품에 녹아들려는 아이돌들의 용기 있는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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