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 제대로 된 집을 짓고 싶었습니다.”
강원도 속초시 척산온천 옆에 200가구 규모의 테라스하우스가 7월중 선보인다. 속초시 일대 주택공급이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이뤄져 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사업 주체는 바로 척산온천휴양촌 소유주인 임정희(86·사진) 회장이다.
이번에 짓는 테라스하우스는 전용 74~84㎡의 연립형으로 설계됐다. 바로 길 건너가 척산온천휴양촌이다. 임 회장은 “이번 테라스하우스는 척산온천과 연계한 종합레저타운 조성 사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임 회장은 이미 이 일대 16만여㎡의 부지를 확보, 테라스하우스 외에 실버타운, 상업·위락시설 등을 단계적으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관광레저 사업으로 잔뼈가 굵었다. 26살에 불과한 나이에 고향인 부여에서 시작해 제주도, 서울 강서구 등에서 잇따라 호텔을 경영했다.
속초시와 인연을 맺은 것은 40대 초반이던 지난 1973년. 당시 대구에 있던 집을 판 돈 300만원을 들고 온천 개발을 위해 속초로 향했다. 빚까지 내 1,000만원을 쏟아부은 끝에 지하 400m 지점에서 온천수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온이 43도에 불과해 온천수로 쓰기에는 부족했다. 주변에선 말렸지만 그는 중단하지 않았다. 결국 53m를 더 내려가 53도의 온천수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온천 개발에 성공했지만 더 큰 문제에 맞닥뜨렸다. 해당 지역이 국립공원이어서 숙박시설 건립이 불가능했던 것. 임 대표는 건설부 등을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1985년 휴양촌 건립의 결실을 맺었다.
“온천 개발에서 휴양촌 건립까지 꼬박 12년이 걸렸어요. 모험이었죠. 하지만 사업을 하려면 모든 걸 걸어야죠. 적당히 하자는 생각으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합니다.”
평생을 관광레저 사업에 몸담아 온 임 회장이 테라스하우스 개발에 나선 이유는 남달랐다. “도시가 발전하려면 사람들이 몰려야 하는데 속초시는 계속 인구가 줄고 있다”며 “제대로 된 집이 많으면 사람도 모여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돈을 좇으면 절대 돈을 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즐기며 뛰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와 성공은 그 결과물일 뿐이죠.”
속초에서도 유명한 자산가로 알려진 임 회장지만 그는 “땅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말했다. “땅으로 버는 돈은 불로소득입니다. 사업에 필요한 원자재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속초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그는 지난 2002년에 소학장학재단을 설립해 지속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2013년에는 자신이 보유한 속초시 장사동 토지를 이 지역 노인복지회관 건립용지로 기증하기도 했다. 또 1,700여㎡의 척산족욕공원을 속초시민과 관광객이 즐길 수 있도록 조성, 속초시에 무상 기부하고 온천수 30여톤도 공급하고 있다.
“속초에 제대로 된 휴양관광단지를 만드는 것이 마지막 목표”라는 임 회장은 “90을 바라보는 나이에 더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꿈 때문이죠.”
/정두환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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