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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고·자사고 폐지, 교육 하향평준화 우려된다

새 정부의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폐지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22일 긴급 회의를 열어 “자사고 폐지정책은 정치적 진영논리를 앞세워 아이들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자사고 폐지 철회를 촉구했다. 외고교장협의회도 이날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교육계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부와 일부 교육청은 “외고와 자사고가 입시 사교육을 부추기고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삼아 대통령 핵심공약인 외고·자사고 폐지를 조만간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사고는 성적과 무관하게 추첨으로 입학생을 선발하고 있어 사교육 문제와 연관 짓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소리다. 부실한 공교육과 구조적 사회문제를 자사고 탓으로 돌린다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밖에 없다. 당장 외고·자사고가 없어진다니 학원들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 강남 집값이 들썩이는 게 눈앞의 현실이다. 게다가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니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외고·자사고 폐지는 획일적 평등화에 집착한 나머지 교육수준을 강제로 하향 평준화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마다 다른 학생들의 능력을 인권과 마찬가지로 평등하게 다루겠다는 것이야말로 편협한 발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여러 나라가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에 열을 올리는 와중에 우리만 거꾸로 간다면 미래를 장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프랑스가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콜에서 엘리트를 키워 유능한 정치인과 행정관료를 배출하는 것도 바로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권이 바뀌면 정치논리에 따라 교육제도를 뜯어고치는 병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우리가 실험용 생쥐냐”고 부르짖고 있다. 무리한 외고·자사고 폐지정책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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