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는 브라질의 국가 브랜드다. 세계 최강의 브라질 축구팀은 ‘삼바 군단’이라 하고 브라질 국채는 ‘삼바 본드’라고 할 정도다. 흑인 노예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넘어온 춤과 음악이지만 식민지배를 하던 포르투갈의 기독교 문화와 만난 삼바 카니발을 통해 현재의 음악으로 발전한다.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인 리우 카니발의 유래가 18세기 초 현지 교회의 ‘사순절’ 전 사육제 기간부터라고 하니 역사가 300년 가까이 된다.
삼바 카니발을 세계인에게 널리 알린 것이 1959년 브라질에서 제작된 영화 ‘흑인 오르페’다. 리우데자네이루 언덕의 빈민가에서 삼바 카니발 전야에 벌어진 남녀 간의 비극적 사랑을 줄거리로 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충격적이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자본이 제작에 참여했지만 세계적으로 거의 처음 알려진 브라질 영화인데다 그리스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 모두가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칸·아카데미 등 주요 영화제의 상을 휩쓸기도 했지만 배경음악 ‘카니발의 아침’은 영화보다 더 유명하다. 카니발의 북적거림과 대비되는 애잔한 선율의 이 음악은 1960년대 전 세계를 휩쓴 음악 유행 ‘보사노바’의 원조로 평가받는다.
브라질 사람들은 축제가 끝나면 다음 축제 준비를 위해 일 년을 보낸다고 할 정도로 카니발에 열광한다. 전국 주요 도시 대부분에서 삼바 카니발이 열리고 그중 리우와 상파울루·사우바도르·헤시피·올린다 등 5대 도시의 축제는 특히 유명하다. 리우시에서만 삼바 카니발을 준비하기 위해 200여개의 삼바 학교가 성업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축제 기간에 도시를 찾는 해외 여행자들을 위한 초단기 학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 브라질의 삼바 카니발이 경기 침체와 지방정부의 재정난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리우시가 내년 카니발 축제에 대한 지원 규모를 올해의 절반 정도로 줄일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상파울루 시장마저 지원 축소에 나선 것이다. 브라질 양대 도시의 재정 지원 축소 방침에 삼바 학교들은 유명한 관광상품인 삼바 퍼레이드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열의 상징인 브라질 삼바 카니발의 분위기가 ‘카니발의 아침’처럼 점차 스산해지면서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온종훈 논설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